[법률판]'청와대 선물세트' 중고판매 수두룩…가격 10배 문제없나

/사진 = 중고거래 커뮤니티 캡처

얼마 전 한 온라인 중고거래 커뮤니티에 청와대 설 선물세트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는데요. 알고보니 지난해 받은 청와대 설 선물세트를 판매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판매자는 해당 선물세트의 가격을 무려 65만원으로 책정했는데요. 놀랍게도 글이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판매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청와대 명절 선물세트를 중고 거래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요. 내용물의 가치로만 따지면 10만원 안팎인 청와대 선물세트가 수십만원에 팔려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 가치의 몇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되는 건데요.

청와대로부터 받은 선물세트를 몇배 부풀려 판매하는 행위는 위법일까요?

◇중고거래도 계약의 일종…프리미엄은 문제 안돼


청와대는 전직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 사회소외계층 등에게 매해 명절 선물을 보냅니다. 명절 때면 중고거래 커뮤니티에서 청와대 선물을 판매한다는 글들도 많이 올라오는데요.​

이번 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예약판매 형태로 청와대 선물세트를 판매한다는 글이 수두룩한데요. 당연히 내용물의 가액이 얼마든 간에 판매자는 자유롭게 가격을 정할 수 있습니다.

중고 판매 역시 일종의 계약이기 때문인데요. 구매희망자 입장에선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되면 사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판매자가 해당 가격에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민법은 예약판매에 관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중고판매 시 가격을 얼마로 설정하든 물건을 주기로 한 날짜에 제대로 넘겨주기만 하면 법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선물세트가 없는데 있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실제로 받은 것이 아님에도 비슷한 패키징으로 판매자를 속이는 경우는 사기죄가 됩니다.​

실제 지난해 설에 가짜 청와대 선물세트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청와대를 사칭한 범죄일 뿐입니다.

◇"포장지도 주세요" 판매조건 지키지 않았다면​

청와대 선물세트 중고거래를 희망하는 사람들 중에는 특정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선물 메시지가 들어 있어야 한다' '포장지를 비롯한 겉포장이 온전한 상태여야 한다' 등인데요. 이런 판매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환불이 가능할까요?​

원칙적으로 중고 거래에서는 환불 의무가 없습니다. 개인간 거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규정된 청약철회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구매자가 환불을 요구한다고 해도 판매자에게 이에 응할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민법상 계약에서의 계약 당사자는 '부수의무'를 지켜야 합니다. 부수의무란 상대방이 해당 계약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에 필요한 행위를 해야 할 의무를 말하는데요. 청와대 선물세트의 포장지를 온전히 보존해서 배송해달라는 조건을 수락, 물건을 판매했다면 판매자는 그 조건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반한다고 해서 계약 자체가 파기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글 : 법률N미디어 인턴 이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