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전통시장 온라인화…"납품판매 규제완화 필요"

설 명절을 앞둔 21일 오후 대전 동구 중앙시장/사진=뉴스1

전통시장의 온라인판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식품위생법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상 전통시장 상인들이 유통전문업체를 활용하는 방법이 까다로워 온라인화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빵이나 반찬, 국 등 식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은 현행 식품위생법상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나 '식품제조가공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두 업종 모두 매장이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다만 마켓컬리나 이마트몰 등 전문 유통업체를 거친 납품판매는 위생·시설기준이 엄격한 식품제조가공업만 가능하다.

문제는 식품제조가공업 등록이 전통시장 상인 등 소상공인에게는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식품제조가공업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작업장을 판매장, 식당 등과 완전히 분리된 별도의 방이나 층으로 사용해야 한다. 조리공간과 식당이 낮은 칸막이 등으로 구분된 일반적인 상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그 밖에도 콘크리트 바닥, 내수성 밝은색 페인트벽 등 작업장 기준이 엄격하다.

전통시장 한 관계자는 "일반 소상공인이 시설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1억~2억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영세 소상공인이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과점 오월의종은 2015년 마켓컬리를 통한 온라인판매를 추진했지만 식품제조가공업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3억원 가량이 소요돼 온라인판매를 포기했다.

"전통시장, 시설 안 바꾸면 온라인 유통업체 이용 어려워"식품배송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이 온라인 판매를 하려면 시설기준이 낮은 즉석판매제조가공업으로 등록해 옥션·11번가·네이버스토어 등 오픈마켓에서 직접판매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6일 방문한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서 시연한 온라인 장보기도 이 같은 방식이다. 암사종합시장 소상공인들의 온라인배송은 네이버 오픈마켓 '우리동네 장보기'로 온라인판매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의 온라인화를 새로운 판로확대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소상공인 혼자서 오픈마켓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주문·배송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마켓컬리나 이마트몰 등 식품 전문 유통업체들과도 1대1로 경쟁해야 한다. 실제로 네이버의 '우리동네 장보기' 판매량이 월 700건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전통시장 온라인화를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식품제조가공업에 전통시장 등을 위한 별도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주장한다. 시설기준을 낮추는 대신 위생점검을 강화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전통시장이 유통업체를 활용할 수 있는 규제 정비가 수반돼야 한다"며 "규제변화 없이는 전통시장 온라인화가 실효성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