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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도 따뜻한 설날을…함께 도시락 준비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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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 기자
  • 2020.01.2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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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성북구 행복도시락 북부센터에서 기자가 직접 도시락 준비를 돕고 있다. /사진=행복도시락
"오늘은 설 연휴를 앞두고 전이나 불고기 같은 명절 음식을 준비했어요. 결식아동들도 이렇게 명절 분위기를 함께 느꼈으면 좋겠어요."

설 연휴를 이틀 앞둔 22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행복도시락 북부센터는 오전부터 결식아동을 위한 도시락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설 연휴를 맞아 준비한 특식을 조리부터 포장, 배송까지 하루 안에 모두 마쳐야 했다.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은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식사 지원 등 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하루 평균 1만2000명에게 급식을 지원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지난해 설 명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관악구 일대 도시락 배달에 나서면서 화제가 됐다.

기자도 이날 행복도시락 협조를 받아 도시락 포장과 배달 업무를 돕기로 했다. 조리 작업은 위생 문제로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


결식아동 73명 위한 설 도시락 준비했다


22일 행복도시락 북부센터에서 설 연휴를 맞아 준비한 도시락 모습. /사진=행복도시락
22일 행복도시락 북부센터에서 설 연휴를 맞아 준비한 도시락 모습. /사진=행복도시락

기자가 방문한 22일은 성북구 일대 결식아동 73명에게 설 도시락을 배달하는 날이었다. 이날 메뉴는 기장밥, 불고기, 동태전, 찐만두, 도라지오이초무침, 배추김치.

전과 불고기 등 명절 음식을 넣은 것은 아이들이 음식으로도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작은 배려였다. 보통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는 평소와 다른 특식이 제공된다고 한다.

본격적인 업무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위생 점검이다. 도시락 포장에 앞서 손을 깨끗이 씻고 위생복, 모자, 마스크, 신발, 장갑을 꼼꼼히 챙겼다. 혹시나 아이들이 먹을 음식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한 번 더 점검했다.

포장 공간에 들어서자 기름진 전 냄새가 먼저 풍겨와 명절 느낌이 물씬 났다. 방금 조리실에서 만든 음식을 도시락통으로 조심스레 옮겨 담았다.

처음에는 작은 공간에 음식을 채워 넣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반찬이 옆으로 흘러넘치기도 했다. 불고기를 담을 때는 고기를 적게 준 것은 아닌지, 담긴 모양이 이상하지 않은지 같은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이렇게 여러 반찬을 하나하나 담다 보니 어느새 73개의 도시락이 가득 찼다.

도시락은 기성 제품이 아니라 영양사가 직접 선정한 메뉴를 그날그날 직접 만든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필요한 음식을 계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결식아동은 인스턴트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영양 불균형 문제를 쉽게 겪는다고 한다.

정다정 영양사는 "아이들을 위한 도시락 메뉴를 정할 때는 단백질이나 칼슘처럼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위주로 하고 너무 자극적인 음식은 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아이들 마음 배려 위해 초인종도 안 눌러


22일 행복도시락 북부센터 직원이 결식아동의 집을 방문해 가방 안에 도시락을 넣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22일 행복도시락 북부센터 직원이 결식아동의 집을 방문해 가방 안에 도시락을 넣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그렇게 포장을 마치고 금속탐지기 검사까지 거치면 포장 업무는 모두 끝. 도시락을 하나하나 비닐봉지에 담은 뒤 본격적인 배송 업무가 시작된다.

배송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결식아동이 사는 집을 한 곳씩 돌아다니며 직접 도시락을 전달한다. 집이 한곳에 모여 있지 않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계속 지나야 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날 기자와 동행한 직원 장모씨(59)는 수십 곳에 달하는 집 주소를 모두 외워 지도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장씨는 "하도 많이 다녀서 동선이 머릿속에 다 그려진다"고 했다. 이렇게 익숙한 상태에서도 배송을 모두 마치려면 반나절이 꼬박 걸린다.

장씨는 아이들 집에 도착하더라도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 집 앞에 놓인 가방에 조용히 도시락을 넣고 나올 뿐이었다. 혹여나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마음의 상처를 걱정해서다.

장씨는 "아무래도 저소득층 아동이 주로 도시락 지원을 받는데 이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끔 '고맙다', '잘 먹겠다'고 말해주는 분들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여전히 넓은 복지 사각지대…"지원 늘려야"


결식 문제 해결, 사회적 취약계층의 자립 등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는 만큼 직원들의 자부심도 컸다.

위생 업무를 담당하는 박수락 품질관리팀장은 "다른 회사에 비해 급여가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명감이나 봉사하겠다는 마음 없이 근무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윤 추구보다는 아동,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좋은 품질의 음식을 만들어 보낸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행복도시락은 보통 지자체나 지역 아동센터의 도움을 받아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도 넓다. 경제 규모가 예전에 비해 많이 커졌지만 아직 지역 사회에는 밥을 굶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안혜정 매니저는 "노인, 학교 밖 청소년, 중장년 취약계층 등 정책적으로 소외된 분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며 "이들을 찾아놓고도 예산이 부족해 쉽게 도와주지 못하는 때도 있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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