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바 왜 가세요?"… 4900원 '마트 와인'에 밀린 '바'

/사진=이미지투데이

#자칭 '와인 마니아' 직장인 이모씨(29)는 더 이상 와인바를 찾지 않는다. 마트에서 1만원대에 파는 와인을 바에서는 4~5만원에 판매하는 걸 보고 나서다. 그는 "와인바에서 한번 먹을 값으로 마트에서 5병 정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은 찾지 못하겠더라"라고 말했다.

#직장인 고모씨(30)는 친구들을 집에 불러 홈파티하는 게 요즘 삶의 낙이다. 그는 "회나 치킨 등을 배달시키고, 마트에서 치즈, 과일, 와인 등을 사서 한상 차리면 저렴하고 풍족하면서, 아늑하게 파티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매력을 가진 바가 아니고서는 '와인 바'를 찾지 않는 시대가 됐다. 마트나 편의점 등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기성 바(bar) 등에 비해 월등히 앞서면서 홈파티 트렌드와 맞물려 와인을 집에서 즐기는 이들이 늘어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트나 편의점 업계를 중심으로 와인 매출 증가세가 매섭다. 특별한 날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홈파티를 즐기며 휴식하는 이들이 늘면서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는 위축됐지만, 대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홈파티족'이 늘어났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경우 연도별로 와인 매출 신장률이 2017년 12.5%, 2018년 23.7%, 2019년 19.8% 등을 기록했고, 이마트는 2018년 19.9%, 2019년 10.4%의 신장률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설연휴 등 명절엔 삼삼오오 와인 홈파티를 즐기는 경우가 더 많아져 와인선물 세트 인기가 높아졌다. 이마트에서 설 기간 와인 선물세트 매출 신장률은 연도별로 2018년 3.8%, 2019년 9.1% 등을 기록했다.


홈파티족은 '소확행'을 추구하는만큼 '가성비'를 중시한다. 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인기 와인이 모두 1만원대 초저가 와인인 이유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된 인기 와인은 순위별로 △L와인까버네쇼비뇽(6900원) △옐로우테일까버네 1만7000원 △L와인멜롯6900원 △디아블로까버네쇼비뇽 1만4900원 △옐로우테일쉬라즈1만7000원 등으로, 모두 1만원 이하거나 1만원대였다.

홈플러스에서도 지난해 1년간 판매된 와인 중 2만원 미만 상품의 판매량은 전체의 92.6%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마트 업계는 극강의 가성비 와인으로 홈파티족 마음을 사로잡으려 혈안이다. 홈플러스의 데일리 와인 시리즈 '빈야드'(병당 5900원)는 극강의 가성비로 출시된 2015년 이후 매년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이마트 역시 지난해 8월 초저가 전략을 밀어붙이며 대표 상품으로 '도스 코파스' 와인을 4900원에 내놨고, 4개월만에 약 107만병을 팔아치웠다. 이렇게 저렴한 효과는 와인에 관심 없는 이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마트 자체 분석 결과 와인 구매자 중 55%가 최근 6개월간 이마트에서 와인을 한 번도 구매하지 않았던 신규 고객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종사자 김모씨(27)는 "마트에서 판매되는 와인이 하도 저렴하니, 와인을 판매하는 체인점 중 한잔에 3000원 정도씩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 아니고서는 와인바를 갈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상훈 세븐일레븐 주류 담당 MD(상품기획자)는 "최근 홈파티 트렌드 확산에 따라 특별한 분위기 속 작은 파티 분위기를 내고자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특히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부담 없는 가격과 용량으로 소용량 주류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