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례씨] 파견직에게만 교통비·식대 지급 안했다면…법원 "비합리적 차별"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파견 직원이라는 이유로 다른 직원들에게는 지급하는 교통비, 식대 등 복리후생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위법일까? 법원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다면 파견 직원 여부에 상관없이 서로 똑같은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지난달 A은행과 B용역업체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차별시정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5년 9월 B용역업체에 입사한 강모씨는 A은행에 파견돼 임원 및 부행장의 운전원 업무를 수행했다. 강씨는 2018년 2월 "파견 기간 동안 A은행의 전속수행 운전기사인 송모씨와 최모씨에 비해 고정급, 상여금, 복리후생비를 전혀 지급받지 못하거나 적게 지급받은 것은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신청 및 금전배상금 지급 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강씨와 송씨, 최씨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인정된다"며 "고정급, 상여금 항목에서의 불리한 처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지만 복리후생비에서의 불리한 처우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복리후생비에 관한 차별 시정을 인정하고 금전배상금 지급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은행과 B용역업체, 강씨는 서로 인정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 재심을 요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자 A은행과 B용역업체는 법원에 불복 소송을 냈다. 이들은 "강씨는 운전기사 업무만을 수행한 반면 전속수행 운전기사들은 수행비서로서의 업무도 겸하고 있다"며 "주된 업무 내용에 본질적 차이가 존재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은행과 B용역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씨는 전속수행 운전기사들과 동종 업무 근로자이고, 강씨에게 복리후생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은행 측에서 제출한 전속 수행기사의 법인카드 결제 내역, 명함 등은 강씨와 전속 수행기사들이 서로 다른 종류의 업무를 수행했다는 근거자료로 보기 어렵다"며 "A은행이 공식적으로 이들에게 강씨와 본질적 차이를 보이는 업무상 책임과 권한을 부여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속 수행기사들은 매달 교통비 14만3000원을 지급받고 매일 1만3000원의 중식대를 지급받은 반면 강씨는 교통비나 중식대를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전속 수행기사들과 강씨의 출퇴근이나 식사 여부에는 차이가 없어 위와 같은 처우는 업무 내용과 범위, 권한, 책임, 노동 강도 등과 별다른 관련이 없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판부는 "강씨가 파견 기간 동안 복리후생비를 적게 지급받은 것은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적 처우라는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재심판정이 적법하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관련 조항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차별적 처우의 금지)

①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사용자는 단시간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