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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잡던 주먹 한방에 강남아파트 한채값,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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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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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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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4일 일본 경기를 대비하는 장영준 선수(왼쪽)와 문용기 성북 피닉스 체육관 관장(오른쪽) /사진=정경훈 기자
2월14일 일본 경기를 대비하는 장영준 선수(왼쪽)와 문용기 성북 피닉스 체육관 관장(오른쪽) /사진=정경훈 기자
"곧 있을 일본 경기로 10kg 이상 감량하느라 설때도 뭘 먹지 못했습니다."

7전 프로권투선수 장영준(27)씨는 설 연휴에도 아침부터 6km 달리기에 나섰다. 설연휴 첫날인 24일 집근처에서 로드웍을 마친 그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대신 체육관을 향했다. 서울 성북 피닉스복싱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그는 2월14일 일본 도쿄 복싱 전용 경기장 고라쿠엔홀에서 시합을 앞두고 있다.

"일본 선수와 경기를 한다니 반드시 이기고 싶지만 내심 걱정도 되는 게 현실이네요."

장씨의 걱정은 이제 세계 '복싱 선진국' 자리를 굳힌 일본의 현실 때문이었다. 장씨는 "이길 자신은은 충분하다"면서도 "분하지만 세계 챔피언을 다수 보유하는 등 튼튼한 복싱 인프라를 갖춘 일본을 보면 내가 불리한 조건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1990년대 초반 함께 위기를 맞았던 한국과 일본의 프로 복싱. 일본 복싱은 부활했지만 한국 복싱은 그로기 상태다. 한국 복싱은 대중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했고 선수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는 '부실한 시장' 이미지에 빠져 있다.


연봉 2억 '짱구'…주먹 한 방에 강남 아파트 한 채였던 1980년대 프로복싱 황금기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운동선수로 유명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3). 그가 2015년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와의 경기에서 받아간 대전료 약 1억5000만달러(한화1700억원)는 당시 한국 사회에도 화제였다.

한국 '주먹'들도 메이웨더 부럽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 1980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3년 뒤 WBC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에 오른 '짱구' 장정구도 챔피언 타이틀매치 한 번에 7000만원씩을 받곤 했다. 강남아파트 한 채 값이 7000만원을 오가던 시절이다. 프로야구선수 연봉이 2000~3000만원이던 당시, 장정구는 1985년 2억4000만원 수입을 올리며 수입 1위 스포츠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경기를 앞둔 장정구(왼쪽)과 오하시 히데유키(오른쪽) /사진=문용기 성북 피닉스 체육관 관장 제공
경기를 앞둔 장정구(왼쪽)과 오하시 히데유키(오른쪽) /사진=문용기 성북 피닉스 체육관 관장 제공

한국 챔프들은 일본전에 강했다. 1984년 8월18일, 광복절 3일 후에 장정구는 일본 도카시키 가쓰오를 상대로 한 챔피언 방어전을 벌인다. 장정구는 지면 국민들에게 맞아죽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일본에서 150년에 한 번 나오는 천재로 불리던 전(前)세계 챔피언 오하시 히데유키는 장정구에게 2번 도전해 모두 패배한 뒤 "형님, 아우"하며 지낸다. 홍수환, 유명우 등 챔피언들도 안방극장에 '승일(勝日)'의 깃발을 휘날리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뚫어주었다.

경기가 관심을 받자 광고 효과를 노린 기업들이 광고 스폰서로 참여하며 활기를 더했다. 해표식용유가 장정구를 후원하는가 하면, 당시 높은 위상을 자랑했던 프로스펙스 등도 선수들 스폰서 역할을 했다.

당시 청소년들은 부와 명예를 동시에 누리는 선수들을 보고 '김연아 키즈'처럼 '챔피언 키즈'로 거듭나기 위해 체육관 문을 두드렸다. 경기력, 대중의 관심, 기업 후원 3박자가 맞아떨어진 프로복싱 황금기 1980년대. 복싱은 현재 흥행과 미래 선수 수급이 계속 이뤄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았다.


'주먹 페이'만 남아…녹슬어버린 한국 복싱


황금기가 지나고 1990년대 이후 휘청거리던 한국 프로 복싱은 이후 30년이 지나도록 부활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90년대 초반 스타 선수 배출이 끊겼다. 금융위기(IMF) 여파로 한때 중단됐던 '복싱 스타 등용문' 신인왕전은 지금 명맥만 이어가는 상태다.

선수 처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낮아진 대전료다. 최대 12회전을 뛰는 프로 복싱 선수들은 편의상 4회전, 6~8회전, 12회전 선수로 급을 나누며 지불받는 대전료도 다르다. 라운드당 5~10만원 꼴로 책정돼 4회전 선수들이 몇 개월동안 시합을 준비해 받는 대전료는 많아봤자 40만원 수준이다. 대전료는 경기 전날 지급이 원칙이지만 자금 사정상 뒤늦게 지급되기도 한다.

최용수 전 WBA(세계복싱협회) 세계챔피언의 경기 장면/사진제공=뉴스1
최용수 전 WBA(세계복싱협회) 세계챔피언의 경기 장면/사진제공=뉴스1

한국 슈퍼웰터급 챔피언인 김두협 더파이팅복싱짐 관장(40)은 "노력에 비해 대전료가 낮아 그만 두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시합 티켓 판매도 부진해 선수들에게는 두 주먹의 '열정 페이'만이 남은 실정이다.

문용기 성북 피닉스 체육관 관장(50)은 "프로야구처럼 쇼 비즈니스인 스포츠가 흥하려면 일단 경기가 열려 대중의 관심을 끌고 기업들이 선수를 후원해 대스타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문 관장은 1992년 일본 밴텀금 챔피언에 오른 고(故)이동춘 선수 전담 트레이너였다. 그는 "경기 주인공인 선수층이 없으니 씨앗이 바닥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복싱이 그로기에 빠져있을 동안 복싱 한일관계도 역전됐다. 지난해 6월25일 일본에서 열린 복싱 한일전 '2019 6·25 DANGAN'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 4명은 '전패'했다.


"여튼 프로는 머니 게임"…차근차근 관심 회복해야


흥행, 관심, 후원 3박자를 모두 잃어버린 복싱. 경력 20년 이상 일선 관장들은 힘들겠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두협 관장은 "현재 생활체육 복싱 대회가 매달 서울 각 지역구에서 열리는데 참가비를 내면서도 한 번에 100명 이상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체육은 일본보다 더 수준이 높은데, 일반인들의 복싱 열정을 잘 보여주는 것"고 덧붙였다.

그러나 열정은 생활체육에서 그친다. 김 관장은 "관장들이 대회가 잡히면 어느 체급에 누가 누구랑 붙을지 미리 다 알만큼 선수 풀이 좁다"고 설명했다.

보통 한 선수는 하나의 협회에 속해 해당 협회가 개최하는 대회에 나간다. 협회에 소속 선수가 없으면 그만큼 대전 상대가 적어지는 셈. 한국 프로 복싱 협회는 원래 KBC 단일체제였으나 2010년대 초반부터 나뉘어 현재 7~8개다. 외국처럼 협회를 1~2개로 줄여 협회가 보유한 선수 수를 늘려야 경기 수와 다양성이 늘어난다.

김 관장은 "프로 경기는 결국 돈을 노리고 참가하는 머니 게임인데 뛰어도 돈이 안 되는 게 문제"라며 "도청 등 소속으로 연봉을 받는 아마추어 엘리트 선수들이 프로로 이적할 유인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전료나 의료 지원 등 선수 처우를 먼저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첨언했다
경기중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사진제공=뉴스1
경기중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사진제공=뉴스1

문용기 관장은 "한국인들은 체격이 좋아 인프라만 갖춰지면 일본보다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올 수 있다"며 "최근엔 한일 친선전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선수도 일본 2~3군 선수들을 버거워하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문 관장은 "결국 스타 선수가 태어나려면 기존 선수 풀이 두터워야 한다"며 "선수층을 넓히고 경기를 늘려 대중과 방송의 관심을 유도해 후원사 참여를 되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일본 복싱도 침체를 맞은 1990년대, 직업 복싱인들이 하나의 협회 아래 뭉쳐 고라쿠엔에서 근근이 경기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복싱판이 살아 있으니 열혈팬들이 계속 집토끼로 남아있었다"며 "한국에는 프로야구장 같은 복싱 전용 경기장이 없는데, 복싱을 상징하는 경기장이 생겨 시합이 지속적으로 열리면 대중과 기업의 관심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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