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양의 보편적 기본소득, 찻잔 속 태풍에 그쳐"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기획재정부 재경관 좌담회. 강윤진 워싱턴 공사참사관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미국 실리콘밸리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돌풍을 일으킨 미국 대선 후보 중 하나인 앤드류 양의 UBI(보편적 기본소득)가 현실에서는 재원조달 방안 등의 한계로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윤진 주 미국 대한민국 대사관 재경관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 재경관 좌담회'에서 "기본소득제는 일정한 돈을 줄 경우 실제로 받는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나올 것인지, 실제 생산성에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 경제학자들의 모두 의문을 제기한다"며 "오히려 저급 노동자에 대한 기술전환교육을 강화하자는 얘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앤드류 양은 18세 이상이면 직업과 소득에 상관 없이 누구나 월 1000달러를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를 구글·페이스북 등 IT(정보기술)회사들의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설명이다.

강 재경관은 "브루킹스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UBI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며 오히려 그만한 재원을 기술교육 등에 쓴다면 경제성장,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생산성 증가 등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 재경관은 "앤드류 양이 재원조달 수단으로 밝힌 것은 연방부가세 신설인데, 그 경우 대폭 증세가 일어나는 등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의 '메디케어 포 올' 공약도 재원조달이 불투명한 점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등 UBI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재경관은 최근 전세계 선진국들처럼 미국 역시 저물가 기조가 만연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공급 측면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그는 "생산·물류 혁신과 자동화를 통해 물품 가격의 상승이 제한되고 있다"며 "미국 역시 소비주도 경제성장을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저물가가 나타나는 건 생산·공급 분야의 혁신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강 재경관은 "미국이 부러운 점은 소비자 관점에서 엄청난 공급 혁신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우버나 아마존 등의 사례처럼 소비자주권이 확보되는 덕분에 공급자간 엄청난 경쟁이 일어나고 혁신이 일어난다"고 바라봤다.

또 "워싱턴이나 뉴욕 길거리에는 우버나 리프트가 운영하는 킥보드가 널려있다"며 "그로 인해 배달앱 등도 번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추가 감세정책을 내놔 한국 경제에도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강 재경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 감세정책이라는 영양제를 긴급투입해 미국의 성장을 지속해오다 최근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2차 감세를 못하고 있다"며 "재선에 성공할 경우 기업들을 위한 '감세 2.0'을 추진하는 등 대선결과에 따라 한국 경제의 향방도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 재경관은 "미국의 감세정책은 재정지출을 늘리는 대신 택한 방식으로, 적극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느끼는 건 우리와 같다"며 "미국의 지난해 재정적자가 1조달러 규모로 GDP의 5% 수준에 달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친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역시 일자리 트렌드가 변하면서 '중산층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중심으로 사회적불평등 완화와 국민 통합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고 있다"며 "전미경제학회에서는 주로 교육·의료 등 공공부분의 역할 강화 등 재정을 활용한 저급노동자 전환교육을 정부가 맡아야한다는 게 공감대가 모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