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갈등 진정세…테러단체 돌발행동이 변수"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기획재정부 재경관 좌담회. 신민식 뉴욕 영사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미국과 이란 양측의 자제로 진정 국면에 들어선 미-이란 갈등이 양측 의사와 상관 없이 일부 민간 테러단체 등의 돌발행동이 일어날 경우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해 전세계 유가가 폭등하면 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민식 주 뉴욕 대한민국 총영사관 재경관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 재경관 좌담회'에서 "미국과 이란이 한차례씩 주고받을 때 미국 금융시장이 요동쳤다"면서도 "양국이 전선을 더 확대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이란도 내부 경제상황 등을 볼 때 더 이상 긴장을 확대시키진 않을 게 분명하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의 대체적 여론"이라고 밝혔다.


신 재경관은 "양국 정부는 서로 확전을 기피하지만 이란 내부의 비정부 테러리스트 단체나 분파에서 소규모 국지전 등을 벌일 수 있다는 게 여전한 리스크"라며 "헤즈볼라 등에서 사우디 유전시설을 공격하는 등의 행위가 일어나면 양국 정부의 의도와 달리 긴장이 더 확산되면서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재경관은 "현재로써 가능성은 적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유가가 치솟고 그 여파로 굉장히 많은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당장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와중에 유가 폭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정책수단이 상당 부분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재경관은 최근 봉합 국면에 접어든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 FED(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에 힘입어 미국의 경기 전망이 살아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리세션(경기후퇴국면)이 온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많았다"며 "미중무역타결에 대한 낙관적 기대감, 연준의 세차례 금리 인하에 따른 불안감 해소에 따라 경기전망이 낙관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확장 속도는 과거보다 상당히 둔화돼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ED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현재의 확장세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 역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신 재경관은 "FED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완화적 통화기조 외에 일자리·교육정책 등을 재정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지나친 완화적 통화정책의 부작용으로 부동산가격 상승이나 주식시장 과열 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신 재경관은 미국의 저물가 원인으로 대외여건 외에도 '아마존 임팩트'로 일컬어지는 공급 측면의 영향을 꼽았다.

그는 "미중무역갈등 이전에 오랫동안 진행된 국제화 때문에 저가 상품이 수입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아마존 등이 온라인상에서 치열하게 가격경쟁하는 영향으로 물가가 오르지 않고 유지되는 측면도 있다"고 바라봤다.

한편 신 재경관은 "1월 중순까지 월스트리트에서 우한 폐렴이 대단한 이슈는 아니었다"면서도 "춘제에 중국인들이 대규모로 이동하면서 확산속도가 빨라지고 중국의 소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전망이 가시화되면 그때부터는 월스트리트의 관심도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