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놀림받던 '무선 이어폰', IT공룡 전쟁터 됐다

애플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 /사진=애플

"콩나물 같다", "샤워기 헤드냐"


2016년 애플이 무선이어폰 '에어팟'을 처음 선보였을 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온갖 조롱이 쏟아졌고, 비싼 가격은 상술 아니냐며 비아냥 당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무선이어폰 하나쯤은 있어야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실제 거리를 지나다 보면 주변에서 무선이어폰 착용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선 이어폰을 비롯해 크게 유행하던 목걸이형 제품은 대부분 사라졌고, 이제는 무선이어폰이 필수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메이커 간 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애플 잡아라…뜨거운 무선 이어폰 시장

삼성전자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예상 렌더링 /사진=마이스마트프라이스

지난해 글로벌 무선이어폰 시장은 약 1억2000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이중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선다. 사실상 독주체제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90% 성장한 2억3000만대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삼성과 구글도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내달 11일 '갤럭시 언팩'(공개) 행사에서 지난해 선보인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후속으로 '갤럭시 버즈+'(플러스)를 공개할 전망이다.

갤럭시 버즈+는 전작 대비 배터리와 통화 품질 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는 기존 58mAh(밀리암페어시) 용량에서 85mAh로 늘어나, 최대 12시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은 통화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소음을 감지하는 마이크 숫자도 기존 2개에서 4개로 늘어난다. 이 외에 충전 케이스에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는 버튼이 추가될 예정이다. 다만 애플 '에어팟 프로'에 탑재되며 대세 기능으로 자리 잡은 '노이즈 캔슬링'(소음억제) 기능은 제외될 전망이다.

구글 2세대 '픽셀 버즈' /사진=구글

구글도 2세대 무선이어폰 '픽셀버즈'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제품은 지난해 공개된 제품으로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했으며, 목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빔형 마이크가 장착돼 보다 깨끗한 전화 통화를 제공한다.

이 외에 주변 소음에 맞춰 음량을 자동 조정해주는 기능과 가벼운 방수를 지원한다. 픽셀버즈에도 노이즈 캔슬링은 탑재되지 않는다.

구글은 "픽셀버즈 안에 컴퓨터가 두 대 들어 있다"며 "머신러닝(기계학습) 칩으로 다양한 기능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경쟁 갈수록 치열…애플 독주는 지속

마이크로소프트(MS) 무선 이어폰 서피스 '이어 버즈' /사진=MS

애플, 삼성, 구글뿐만 아니라 많은 업체가 무선 이어폰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전망이다.

중국의 샤오미와 화웨이, 리얼미, QCY가 저가형 제품을 쏟아내며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거대 IT기업까지 무선이어폰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아마존과 MS는 각각 '에코버즈', '서피스 이어버즈' 무선이어폰 신제품을 내놨다. 이들 제품은 인공지능 비서인 '알렉사'와 '코타나'를 탑재했다. 차세대 인공지능 인터페이스로 무선 이어폰을 꼽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0년에는 중국 업체들의 선전도 기대된다"며 "화웨이, 샤오미, 리얼미 등 글로벌 브랜드뿐만 아니라 저가 보급형 제품군에서 중국 신흥 로컬 브랜드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많은 제조사가 제품을 출시하면서 애플 점유율이 점차 떨어지지만, 여전히 시장 1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SA는 향후 애플 점유율을 올해 42.4%, 2021년 31.9%, 2022년 26.2%, 2024년 19.3%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