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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했던 삶이 SF 소재로…“희망, 발견할 수 없어도 발견해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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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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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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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작 ‘모멘트 아케이드’ 황모과 작가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작 '모멘트 아케이드'의 황모과 작가. /사진=이동훈 기자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작 '모멘트 아케이드'의 황모과 작가. /사진=이동훈 기자
개그우먼 장도연인 줄 알았다.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작 ‘모멘트 아케이드’의 황모과(44) 작가와 대면하는 순간, 그가 말했다. “내일 인터뷰할 때, 장도연 콘셉트로 가려고요. 하하.” 기자와 그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177cm를 자랑하는 큰 키에 유머 감각, 쾌활한 성격까지 웃음 바이러스를 유발하는 인자가 내재된 것일까.

“작가들이 대체로 근엄한 것 같은데, 전 그걸 깨고 싶어요. 그리고 전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 ‘세상은 이래’ 하면서 합리화하고 순응하며 사는 사람은 싫은데,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은 좋아하는 편이에요.”

성격과 달리, 글은 시작부터 염세적으로 비칠 만큼 처절하고 절망적이다. ‘너절한 삶’을 살아온 주인공이 엄마의 치료비 전부 빚으로 남자 ‘엄마와의 이별을 간절히 기다리며’ 악마 같은 자신의 얼굴을 묘사하는 대목이 그렇다.

이런 내용은 작가 자신의 힘든 삶과 묘하게 겹친다. “실제 엄마와의 관계는 소설과는 정반대이지만, 처절하고 절망적인 상황은 다르지 않아요. 어릴 때 가난했고, 그래서 15년 전 일본에 건너갔는데…. 고생하고 쫄딱 망한 기억밖엔 없네요. 정말 거지가 돼서 빈곤의 늪에 빠진 전형적인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 그 자체였어요.”

황모과 작가는 15년 전 일본으로 건너가 새로운 일에 매달렸지만, 번번히 실패하며 쓴맛을 봐야했다. 그는 "그런 비참한 삶에서 얻은 한가닥 희망으로 작품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황모과 작가는 15년 전 일본으로 건너가 새로운 일에 매달렸지만, 번번히 실패하며 쓴맛을 봐야했다. 그는 "그런 비참한 삶에서 얻은 한가닥 희망으로 작품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일본에서 만화 제작일을 8년 정도 하다 접었고 이후엔 만화 번역과 통역 일로 근근이 버텼다. 한국에서 웹툰이 뜨면서 일본에 오는 작가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이 일도 바로 접어야 했다. 생계를 위해 IT업계에 뛰어들어 iot(사물인터넷)의 기획과 오퍼레이션 일을 맡으며 지금까지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작품은 ‘순문학’을 굉장히 좋아하는 독자적 감성에, IT업계 현장 경험이 덧붙여진 이론과 실무의 결정판인 셈이다. SF 소재를 충분히 갖다 쓰면서 문학적 매무새를 잃지 않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는 “기억이 쇼핑몰처럼 거래되는 세계라는 설정에 대한 독자의 수준은 이미 이해하고 넘어가는 차원”이라며 “그 이후에 작품을 끄는 힘은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화장실 글귀가 힘을 가질 때가 언제일지 고민해보는 식이죠. 소설 초반에 나오는 고통에 대한 얘기는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보편적 고통에서 받는 위로의 순간은 힘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살아야겠다’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게 어떤 울림을 줄까 (이야기를) 쌓아보는 거죠.”

심사위원들도 이 작은 이야기의 동요와 흐름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창규 작가는 “SF 문법에 익숙한 독자와 그렇지 않은 독자의 반응을 모두 계산에 넣은 양질의 지적 유희”라고 평가했고 정보라 작가는 “중반 이후의 반전이 작품 전체의 인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탁월한 작품”이라고 심사평을 냈다.

김보영 작가는 ‘감동’이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기억과 체험을 열어 남을 위로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라고 썼다.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을 받은 황모과 작가. 그는 "희망은 발견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발견해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이동훈 기자<br />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을 받은 황모과 작가. 그는 "희망은 발견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발견해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작가는 절망의 현실에서 손 내민 사람들을 기억했다. 굶고 있을 때 밥 사준 친구, 생활비가 바닥을 칠 때 돈을 빌려준 사람 등 소비되는 절망에서 구원해준 한 줌의 희망이 작품에서도 반전의 도구로 사용됐다.

“사실 모든 순간에 그런 희망을 발견할 수는 없어요. 그게 현실이죠. 하지만 발견해내고 싶은 거예요. 그 작은 하나라도.”

작가는 SF 작가를 꿈꾸면서 소위 외국의 유명 SF는 읽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신 머니투데이 주최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과 다른 SF 문학상의 작품집들을 읽었다.

“그런 작품을 읽으면서 꽤 적잖은 충격을 받았어요. 도전하고 실험하는 작가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요. 왜 그런 작품들 있잖아요. 누워서 보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무릎을 꿇고 보게 되는, 문장에 힘이 넘치는 글들 말이에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이 더 많이 그런 글들을 찾아 나서면 좋겠어요.”

그는 “나는 책을 많이 읽고 쓰지 않고 사람을 많이 만나서 쓰는 주의”라며 “그렇게 매일 ‘사람’을 발견해가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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