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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기업은행장 위에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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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광범 기자
  • 2020.01.3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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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IBK 기업은행장(왼쪽)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형선 노조위원장(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 행장은 지난 3일 취임한 뒤 27일 만에 첫 출근해 취임식을 가졌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기업은행 노조가 원하는 걸 다 얻어냈다. 판정승 정도가 아니라 KO승이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임명 27일 만에 취임식을 열었지만 당정과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다 들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개입으로 노사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낙하산이라 비판받을 소지는 있지만 법적 절차를 거쳐 적임자를 선정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내부출신 행장을 요구하다 되돌릴 수 없게 되자 실리를 챙기자는 차원에서 금융노조와 한국노총까지 끌어들이며 세를 불렸다. 윤 행장의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은 채 당정의 사과와 행장 선임 절차 개선 등을 요구했다.

4월 총선을 두 달여 앞둔 민주당에 대한 고강도의 압박이 통했다. 민주당은 우군으로 여겼던 노동계와의 전면전을 피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설날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노조와 만나 요구사항을 들어줬다.

이인영 민주당은 원내대표는 다음날 “기업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고, 협의가 충실히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민주당을 대표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사실상의 사과를 했다.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며 일축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는 다른 톤이었다. ‘낙하산’ 인사였다고 자인한 꼴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동시에 윤 행장의 리더십에도 생채기가 났다. 출근저지투쟁을 벌였던 노조는 얻을 것을 얻고 나서 “행장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은행에 들어간 윤 행장의 앞길도 험난할 수 밖에 없다. 노조의 ‘행장 길들이기’에 밀린 모습을 보인 만큼 앞으로도 경영과정에서 노조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노조에 많은 양보를 했다. 기업은행 노사는 이번 공동선언에서 모두 6개 조항에 합의했는데,임원 선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과 관련한 내용을 빼면 사실 행장 선임과 직접 관련된 것은 없다.

그 나머지는 노조의 전리품이 될 만한 것들이다. 즉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정규직 전환 직원들 정원통합 △노조 동의 없는 임금체계 개편 금지 △인병 휴직·휴가 확대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등이 그것이다.

특히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의 경우 노사가 합의하는 자리에 이 원내대표와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함께 했던 만큼 향후 제도 추진 과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긴 힘들게 됐다. 앞으로 노조는 이 원내대표의 발언과 노사합의를 들어 사사건건 윤 행장의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할 것이다.

노조에게 출근을 허락받은 모양새가 된 행장에게서 어떤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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