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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국민연금과 연금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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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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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산업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더 깊이 관여하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바뀐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54조(대량 보유 등의 보고에 대한 특례)의 '나비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할 때 당초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에서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기로 했던 것에서 벗어나게 된 데 따른 우려다.

국민연금이 기초연금으로서 수익률을 높여 국민의 노후를 든든히 해주겠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지나친 경영권 간섭이 시장 시스템에 혼란을 주는 역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국민연금이 지분을 가진 기업들의 경영에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관여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경영에 참여하고 싶을 때는 '단기매매차익'을 토해내거나, 공시의무가 강화됐던 과거에서 벗어나, '일반투자'라는 이름으로 경영간섭의 자유와 폭이 넓어졌다.

이로 인해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일고 있다. 원래 연금사회주의(Pension Fund Socialism)라는 말은 미국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1976년 자신의 저서 '보이지 않는 혁명'(The Unseen Revolution, How Pension Fund Socialism Came To America)에서 처음 언급했다.

당시 피터 드러커는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한 자본과, 칼 마르크스가 '자본론'의 마지막 장에서 설명한 계급의 개념 측면에서 미국은 연금사회주의를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노동자 계급이 생산수단(자본)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형태'인 기초연금이 기업들을 지배하고 있는 형태의 미국 사회를 연금사회주의의 실현으로 본 것이다.

사실 피터 드러커가 말한 연금사회주의 용어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이 용어의 의미에는 큰 차이가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쓰이는 연금사회주의는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의 경영에 관여함으로써 국민연금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쉽게 말하면 국민연금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고, 현재는 재벌개혁의 수단으로 국민연금이 활용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잘못된 기업경영 문제를 바로 잡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시장 경제의 시스템을 흔들면서까지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을까 싶다. 국민연금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우리 모두의 노후 자금이기 때문이다. 기업활동은 기업의 순기능에 맡기는 게 옳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특히 엇갈린 이해가 다양한 만큼 서로의 생각을 다듬는 과정이 필요한데, 법률 개정 없이 국무회의를 통한 시행령 개정만으로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길을 쉽게 연 것은 문제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가진 상장기업만도 313개에 달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수장인 상황에서 기업 경영에 정부의 개입 여지가 너무 커졌다.

최근 일부 우리 기업 시스템에 내재돼 있는 부정적인 면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가진 것 없는 대한민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기업가정신'의 성공핵심요인마저 모두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기업의 수익이 좋아져야 700조원 가량이 운영되는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좋아진다.

기업은 기업인에, 국민연금은 연금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다. 정치적 훈수가 기업과 연금에 들어가면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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