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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ESG는 선택 아니라는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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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익태 증권부장
  • 2020.0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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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ESG(환경, 사회적 책임·지배구조)를 소홀히 하는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경고가 이어진다. 포문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열었다. 굴리는 자산규모만 약 8100조원에 달한다. 투자를 결정할 때 기후 변화 관련 위험과 대응 수준, 즉 ‘환경 지속성’을 핵심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석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발을 빼는 것을 시작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2주 뒤엔 4000조원을 굴리는 세계 3대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의 사이러스 타라포레발라 CEO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ESG 기준에 떨어지는 대기업 이사회에 ESG 관련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의 경고장을 보냈다. ESG는 장기 전략을 위한 선택 사항 아니라고 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들은 모두 당장 올해 주주총회 시즌부터 ESG 개선안이 부실한 기업 경영진에 반대하는 의결권을 보다 공격적으로 행사하기로 했다. 1년 전에는 세계 1위 투자은행(IB)인 JP모간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나섰다.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ESG처럼 지속 가능한 투자 자산의 비중을 계속 늘리겠다고 했다.

20여 전 환경으로 시작해 사회적 책임으로 이어진 논쟁이 지배구조까지 확산 되며 ESG 가 등장했지만, 처음에는 정의조차 막연했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인 끝에 ESG 투자지표가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ESG 투자 열풍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펀드 자금의 원천이 북해 석유임에도 불구하고 ‘그린’ 하지 않은 채권이나 기업 주식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GSI에 따르면 미국·유럽·일본·캐나다·호주 등 5개 지역에서 ESG 원칙을 접목한 투자자금의 규모는 2018년 기준 약 3경5642조원에 달한다. 2년 전에 비해 34%나 증가했다.

문제는 그 바람이 더욱 뜨겁고 빠르게 불고 있고, 관련 규제 또한 훨씬 더 급격하고 과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저탄소 경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미국 거대 석유회사 엑슨모빌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ESG가 기업 신용등급에 치명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막연한 ESG 리스크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머니투데이가 만난 국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ESG가 게임이라면 우린 고스톱이 아니라 새로운 포커를 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앞으로 수년 내 미국, 유럽 등이 만든 ‘그린’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아예 제품을 팔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수출 지향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를 피해갈 수 없고, 제조업 구조를 '그린' 라벨을 붙일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ESG는 민주주의처럼 인류 보편적 가치로 지향해야 될 이데올로기가 됐다. 그 틀 안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 같은 흐름에 빨리 올라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부가가치를 덜 얻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기회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국내에선 ESG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낮다. 특히 기업들은 거버넌스(G) 이슈를 소유-지배구조 재편으로 받아들이며 과민반응을 보여왔다. 지금은 ESG 지표의 난립과 수많은 규약이 ESG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수년 내 평가방식이 표준화되면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게 자명하다. 국내 기업들도 그 영향권에 들며 ESG 경영에 대한 더욱 거센 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SSGA는 국내에 펀드를 내놓으며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여자의 변신을 무죄'라고 했듯 기업의 변신은 무죄다. 아니 변신하지 않는 기업이 유죄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로 가야 한다. 거기에 대한민국 경제와 기업의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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