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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조명섭은 찾고 양준일은 안 찾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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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성민 기자
  • 2020.02.10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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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미스터트롯' / 사진제공=TV조선
전설이, 레전드가 넘쳐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예년에 비해 짧은 기간 탓에 어떻게 지났는지도 이미 가물가물해진 설 명절 TV 얘기다. 하지만 전설(왕년의 스타가수)들은 사실 설 곳이나 무대가 없는 외로운 신세였다.

공중파에서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파일럿이나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는게 그간의 관행이었다. 올해 설에는 특집 프로그램이 없다고 밝힌 곳이 있었고 수년째 이어졌던 명절 특집(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를 대대적(3일간 550분)으로 편성하기도 했다.

사실상의 자료화면 재방송으로 전설을 내세운 곳은 KBS가 두드러졌다. 과거 인기가수들이 무대에 섰던 장면들을 편집해 내보낸 ‘레전드 7080’이 대표적이었다. 진행자의 설명이나 과거의 장면들을 현재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추임새가 있기도 했지만 무언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설 이튿날에 방영된 ‘레전드 7080’의 끝화면은 가수 함중아가 장식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지난해 11월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뒤였다. 간간이 TV에 나오기도 했지만 그에게 허락된 무대는 많지 않았다. ‘레전드~’ 운운하거나 ‘불후의 명곡’처럼 그를 추억으로만 소비하는 프로그램 정도가 고작이었던 것. 세월 앞에 자연스레 건강도 잃어갔을 테지만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도 이른바 전설들의 육체와 밑둥을 파먹었을 것이다.

같은 방송사는 아니지만 ‘아이돌 스타 선수권대회’는 3일에 걸쳐 9시간 가까이 방영됐다. 당초에는 아육대(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라고 불릴 정도로 달리기 같은 종목 정도에 국한됐지만 언제인가부터는 승마까지 추가됐을 정도다. 수십년간 노래를 불렀을 전설들에게는 방영 직전에 부르는 장면이 아닌 과거의 녹화장면 2 ~ 3분만 허락됐는데도 말이다. 방송사들로서도 '채널이 돌아가는데, 광고가 떨어지는데 무슨 수로 과거 스타들 분량을 보장해 주느냐'고 볼멘 소리다.

올해 설에 자의반 타의반 전설을 쏟아낸 공중파의 위기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대표적인 것은 광고의 감소다. 2018년 기준 지상파 사업자의 총 광고매출은 1조3007억원으로 2017년 대비 7.9%(1115억원) 감소했다.

돈으로만 따지면 그렇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시청자의 이탈이다. 애니메이션같은 어린이 프로와 코미디 프로를 즐겨보던 아이들은 유튜브로 빠져나갔다. 20 ~ 30대에게는 주말 드라마 본방 사수는 이제 옛말이 됐고 넷플릭스로, 케이블 TV로 채널을 유랑한다. 전국노래자랑의 골수 팬들인 50 ~ 60대 이상 장년들을 비롯해 사실상 모든 노래팬들은 ‘미스 트롯’을 통해 배출된 송가인의 노래를 들으러, ‘미스터 트롯’의 최종 우승자를 영접하러 종합편성채널 프로에 눈길을 돌리고 귀를 기울인다. 양준일을 재발견해낸 곳도 종편 프로였다. 광고주들로서도 광고를 뺄만 하다.

전문가들은 시청률 20%대 중반을 넘어서는 ‘미스터 트롯’의 인기에 대해 이렇게 분석한다.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미스터 트롯'은 과거보다 지원자의 현재에 초점을 맞춘 게 강점(권상집 동국대 교수), 판정단이 참가자들의 노래를 함께 즐기며 격려하는 장면이 많고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친 참가자들의 사연과 맞물려 시청자들도 함께 위로받는 효과가 있는 것(주철환 아주대 교수)이라고.

1940 ~ 50년대의 인기가요 ‘신라의 달밤’, ‘굳세어라 금순아’의 현인은 2002년 세상을 떠났음에도 잊혀지지 않은 현재형 전설이다. 현인이 세상을 떠났을때 세살이었던 20대 초반의 조명섭이라는 가수가 그의 노래를 끊임없이 불러 '남자 송가인'으로까지 불려지는 탓이다. 그나마 재야가수였던 조명섭은 '미스 트롯' 열풍에 편승한 공중파 채널의 프로에서 공인받기는 했다.

박제된 전설, 함중아가 설날 TV프로에서 부른(정확히는 부르는 장면이 방영된) 노래 ‘풍문으로 들었소’의 한 대목은 ‘우리 다시 만날 날을/손꼽으며 기다렸네’이다. 전설들을 풍문으로만 머무르지 않게 하고 재해석해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면 공중파 방송사들의 현재와 미래는 또 달라질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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