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금융 작년 순익 11조원 첫 돌파…신한·KB 승자는?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대출이 까다로워지는 등 악조건 속에서도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이자 장사'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식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성장세를 잇기 어려울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모두 11조27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10조4844억원)보다 5.18% 늘었다. 11조원대에 진입한 건 처음이다.


신한·KB, 3조원대 순이익…리딩금융은 신한, 리딩뱅크는 KB국민4대 금융그룹은 모두 지주사 전환 후 최대 실적을 냈다.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수성한 신한금융그룹은 2년 연속 3조원대 순이익을 올렸다. 성장세는 6년 연속 이어졌다.

KB금융그룹은 '리딩금융'의 자리를 탈환하진 못했지만 3년 연속 3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신한과의 격차를 좁혔다. 신한은 3조4035억원, KB는 3조3118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거뒀다. 두 그룹의 격차는 917억원으로 전년(955억원)보다 줄었다.

신한의 경우 글로벌, 비은행 부문이 효자였다. 글로벌 부문 순이익은 전년보다 23.3% 늘었고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 KB를 따돌릴 수 있었다. KB는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이 나란히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은행만 떼어놓고 보면 KB국민은행은 신한은행을 앞서며 2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꿰찼다.


하나금융그룹의 순이익은 2조4084억원으로 2005년 지주사 설립 후 최대 규모였다.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1조904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는데 '지주 전환'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경상기준으로는 2조385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하나는 IB(투자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했고 우리는 기업대출 위주로 자산 성장을 이룬 덕분이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NIM은 줄줄이 하락세…올해 '수익구조 개선' 당면과제
다만 수익성 지표는 좋지 않았다. NIM(순이자마진)이 일제히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신한금융그룹과 신한은행의 NIM은 각각 1.92%, 1.46%로 전분기보다 모두 7bp(1bp=0.01%p) 하락했다. 1분기에서 4분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내리막 곡선을 그렸다.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의 NIM 역시 하락 곡선을 면하지 못했다. 지난해 그룹과 은행의 NIM은 각각 1.94%, 1.67%로 전년대비 각각 5bp, 4bp 하락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사정도 비슷했다.

상반기 중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NIM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도 은행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은행권은 올해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다. 신한금융은 NIM이 3bp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적인 환경도 좋지 않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무역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으로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취약기업의 부실리스크가 증가하고 은행의 순이자마진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결국 은행권은 수수료 수익을 확대하고 WM(자산관리) 부문에서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수익구조 개선 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비은행 M&A(인수·합병)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글로벌 사업 강화 등도 과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경우 비이자이익이 여전히 12%에 불과한 수익구조상의 한계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고 수익기반의 글로벌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