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같은 트럼프 복수극이 시작됐다

미국 상원의 탄핵 찬반표결서 무죄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날인 지난 6일 신문 1면에 실린 자신의 무죄 기사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탄핵 무죄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인사들을 내치는 '피의 보복'을 시작했다. 미 정치권과 외신들은 "마피아 영화 같았다"거나 "금요일밤의 대학살(massacre)"이라고 묘사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하원의 탄핵조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과 그의 쌍둥이 형제인 예브게니 빈드먼을 백악관에서 쫓아냈다. 두 형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파견나와 있었지만 모두 인사조치됐다.


빈드먼 중령측 변호사는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보복을 당했다"면서 "진실의 대가는 빈드먼의 직업, 커리어 사생활 침해"라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로 재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빈드먼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정국으로 몰고간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당사자 중 한명이다. 이 스캔들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지난해 7월 브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의 부패 혐의에 대해 수사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주요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를 착수하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철회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후 백악관에서 쫓겨난 빈드먼 중령. /AFPBBNews=뉴스1

빈드먼 중령은 당시 통화를 직접 들었던 인물이다. '키플레이어'였던 그는 지난해 10월 하원 탄핵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와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관련 암시에 우려를 했다"고 발언했다.

다음 보복 대상은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미국대사였다. 그 역시 우크라이나 원조와 바이든 뒷조사 연계를 인정하는 증언을 해 트럼프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한 인물이다.


선들랜드 대사도 같은날 "나는 대통령이 나를 즉시 미국으로 소환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근무 기회를 준 대통령과 국무장관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NYT는 이같은 보복 전에도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인물들이 줄줄이 좌천됐다면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제니퍼 윌리엄스,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등을 꼽았다.

이번 인사조치를 두고 민주당의 재키 스파이어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금요일밤의 대학살"이라고 했다. WP는 "마치 마피아 영화에서 보스의 적들을 기관총으로 난사해 쓰러뜨리는 장면을 보는 듯 했다"면서 "문제는 백악관의 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피의 숙청은 이제 시작인 트럼프 대통령. /AFPBBNews=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 가운데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밋 롬니 상원의원을 향해선 "아직 그가 한일에 대해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고 말했고, '우크라 스캔들' 내부고발을 받아줘 탄핵조사 시작의 계기를 만든 미 정보기관 감찰관 마이클 앳킨슨에게도 지속적으로 해고 위협을 가해왔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을 비롯해 탄핵조사에 협조적이었던 미 연방수가국(FBI) 관계자 등도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권남용' 혐의에서 무죄를 받은지 이틀만에 직원으로 인사보복을 시행한 것을 두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듣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NYT는 백악관에서 쫓겨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저격수가 된 것처럼 좌천된 이들도 미디어를 통해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