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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朴대통령도 '콘크리트 지지층'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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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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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기생충 박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기생충 박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2017년 5월, 김무성 의원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출입문이 열리자 그는 자신을 마중나온 수행원 쪽으로 여행용 가방을 밀었다. 문제는 그가 수행원 쪽을 보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응시하는 행위는 그를 한 인간으로 대우한다는 뜻, 그러니까 김무성에게 수행원은 가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였던 모양이다. 인터넷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람들은 이 장면을 농구 경기에서 나오는 ‘노룩패스’라 불렀고, 영상을 여기저기 퍼 나르며 김무성의 권위주의를 비난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후, 유럽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무성은 여행용 가방을 직접 끌고 나오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같이 귀국하던 다른 의원들도 자기 짐을 스스로 끌었다. 권위주의는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2019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 회견에서 한 기자가 질문을 했다. 그는 경제가 좋지 않은데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여쭙습니다”라고 말했다. 난리가 났다. 문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 기자가 예의를 상실했다며 ‘얼굴이 화끈거리고 기분이 더러웠다.’ ‘과거 같으면 남산에 끌려가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기자는 온종일 포탈에서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국민을 대신해서 그 자리에 참석한다. 대통령이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개념만 갖고 있었어도 그런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해당 기자를 욕하던 이들이 2년 전 김무성을 ‘노룩패스’라며 조롱했던 이들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권위주의를 비판하던 이들이 그보다 더 높은 권위의 성벽을 대통령 주위에 쌓는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자신과 반대편에 있는 정치인에게 욕을 할 빌미가 필요했던 것이지, 권위주의가 싫었던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자기들이 모시는 문 대통령을 최고존엄으로 여기며, 기꺼이 그의 노예가 되고자 했는데 사람들은 이런 이들을 ‘문빠’라고 불렀다. 문빠의 문제점은 다른 이들에게도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굴종을 강요한다는 것, 대통령과 1대 1로 대담을 또다른 기자가 얼굴을 찡그렸다고 가루가 되도록 욕을 먹은 것도, 최근 대통령에게 ‘문재인 씨’라고 한 개그맨이 당분간 집에서 쉬게 된 것도 문빠들의 작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현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도 같은 ‘스탠스’를 취한다는 데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그들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었다. 위장전입이나 아파트 투기는 물론이고 전관예우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것도 임명직 공직자의 결격사유가 됐다. 그 바람에 세월호 사건에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나려 했던 정홍원은 사표를 낸 뒤에도 10달이나 더 총리직에 머물러야 했다. 덕분에 웬만큼 깨끗한 사람이 아니면 공직에 임명되는 것을 꺼리게 됐으니, 여기엔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다. 내친김에 문대통령은 인사 5대 원칙을 선포하면서 지난 정부보다 훨씬 도덕적인 사람만 공직에 임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원칙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현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인사들을 보면 지난 정부 때 낙마한 이들이 ‘간디’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그런데도 문빠들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이들마다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이들의 이중성이 정점을 찍은 것은 조국 전 법무장관을 임명했을 때였다. 법적으로는 물론이고 최소한 도덕적으로는 파탄에 이른 이분을 지키기 위해 문빠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누볐다. 이들이 외쳤던 ‘조국 수호’와 ‘정경심 사랑합니다’는 그들이 진영논리의 끝판왕임을 드러내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문 대통령은 행복할 것이다.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온·오프라인을 장악한 문빠들 덕분에 잘못이 아닌 게 돼버리니 말이다. 경제가 결딴나고 외교는 망했으며, 정권의 비리까지 우후죽순으로 터져 나오는 지금까지도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고 있는 건 문빠들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준다. 대통령으로선 이런 생각도 할 만하다. "문빠들이 있는데 굳이 잘 할 필요가 뭐 있겠어?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이것만은 기억하자. 박근혜에게도 이런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었고, 그로 인한 판단착오가 그로 하여금 503호에 3년째 갇혀 있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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