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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도입했는데…여전히 '전자투표' 망설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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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경희 기자
  • 심재현 기자
  • 2020.02.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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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2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2019.3.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세먼지가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던 2019년 3월 2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근처에는 1000여명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장사진을 이뤘다. 바로 전년 5월 삼성전자 주식이 액면분할을 한 후 처음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주주들이었다. 삼성전자 주주는 액면분할 탓에 종전 14만4000명(2017년)에서 60만6000명으로 무려 4배가 됐다. 주총에 참석하려는 소액주주들도 그만큼 급증한 것이다

오전 9시 시작한 이날 주총에선 재무제표 승인 등 사측 안건들이 하나 둘씩 통과됐다. 그러나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이 워낙 많다 보니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안건별로 소액주주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주총은 무려 3 시간을 훌쩍 지나 겨우 끝났다. 그마저 주총이 끝났는데도 주총장 입장에 불편을 겪은 주주들의 항의는 계속됐다. 급기야 삼성전자는 주총장 입장 지연에 대해 긴급 사과문까지 발표해야 했다.


심각한 '주총대란'을 겪은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부터 아예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보다 앞서 전자투표를 채택한 SK그룹은 계열사 전체로 이 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12일 전자투표제 도입을 발표한 현대차그룹도 상장 계열사 12개사 모두에 이 제도를 도입한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거대기업이 많다. 그렇다보니 전 세계에 포진한 주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전자투표제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화 과정에서 전자투표제는 안하는 게 더 이상한 제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전자투표제를 장려하는 정부 요청도 무시하기 어렵다. 정부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이 제도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2017년 말 셰도우보팅(주총 불참 주식에 대해 다른 주주의 투표 비율 그대로 예탁결제원이 주주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는 제도)을 폐지한 것도 실제 주식을 가진 주주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의도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 SK그룹과 한화그룹, CJ그룹 등은 너나 할 것 없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SK(주)는 주요 그룹 지주회사 중 최초로 이를 시행했다. 여기에 이번에 현대차까지 합류하면서 이제 LG그룹을 제외하면 5대 그룹 대부분이 전자투표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자투표제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주주들의 투표 참여율은 높일 수 있지만 회사 현안에 대한 자유로운 질의나 토론에는 오히려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전자투표제로 주총에 주주들이 나타나지 않아 직접 협조를 구하긴 더 어려워졌다. 그만큼 기업의 중요 안건을 통과시키기도 힘들어졌다는 우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총 전부터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던 박재완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의 찬성률이 71.4%에 그쳤다. 박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에 선임하는 안건도 찬성률이 72.0%에 머물렸다.
삼성전자도 도입했는데…여전히 '전자투표' 망설이는 이유


전자투표제 도입이 늘며 소액주주의 경영 참여도 동반 상승해 안건 통과가 더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들린다. 경영진 입장에선 주총 표대결에서 정반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 전자투표제로 투명성이 커진 만큼 예측 불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이미 도입한 기업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지난해 처음 전자투표를 시행한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소액주주 비중이 크지 않지만 소액주주 참여가 크게 늘어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계속 확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자투표제 도입이 경영의 중대사안을 좌우할 수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고민이 많다. '남매의 난'으로 불리는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한진그룹이 그런 케이스다.

한진그룹은 3월 25일 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를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다. '개미투자자'로 불리는 소액주주들의 의사가 한진그룹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 잡은 KCGI(강성부펀드)는 반대파인 조원태 회장 측에게 전자투표제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조 회장 측이 전자투표제 도입을 한다고 불리할 것은 없다. 단 회사의 선택 못지 않게 실무적 준비가 만만치 않아 한진칼은 이번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지 결정을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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