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복 누른 '뽀글이'…디스커버리, K2 추월 '임박'

디스커버리의 뽀글이 점퍼를 입은 모델 공유/사진=디스커버리

따뜻한 겨울 날씨에 두꺼운 롱패딩 대신 귀여운 뽀글이(양털 느낌 후리스) 점퍼가 잘 팔리면서 아웃도어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뽀글이 등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제품으로 시장에 어필한 디스커버리가 아웃도어의 강자 K2를 누르고 아웃도어 업계 4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13일 아웃도어 업계에 따르면 2019년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액은 노스페이스가 4000억원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네파, 블랙야크, 디스커버리가 나란히 3000억 클럽 반열에 들 전망이다. 아직 감사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아 정확한 매출은 집계되지 않았으나 K2가 3000억 클럽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8년 기준 아웃도어 매출 톱(Top) 브랜드는 노스페이스, 네파, 블랙야크, K2, 아이더다. 하지만 롱 패딩과 뽀글이 점퍼로 무장한 디스커버리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아이더를 밀어내고 5위권 내로 단숨에 진입하면서 매출 4위인 K2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디스커버리의 2018년 매출액은 2960억원에 그쳤으나 2019년 매출액은 3188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대부분의 아웃도어 업체가 역성장하는 가운데 지난해 7.7%의 매출 성장을 나타냈다.

K2 코리아의 2018년 매출액은 3088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 매출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전통 아웃도어 브랜드의 2019년 매출이 평균 10% 가량 역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K2가 아웃도어 매출액 순위에서 디스커버리에 밀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특히 K2의 매출 감소폭이 100억원 이상일 경우, K2는 3000억 클럽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2019년 겨울은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아웃도어 업계의 고마진 상품인 롱패딩 판매가 저조했다. 아웃도어 매출은 계절성이 매우 강해 10월~12월 매출이 1년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때문에 고마진의 롱패딩, 다운 점퍼류의 판매가 부진해 전통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 타격이 상당했을 거란 지적이다.

아웃도어 시장 침체로 조정기에 접어든 아웃도어 업계에서 약진 중인 브랜드는 디스커버리(F&F)와 내셔널지오그래픽(더네이처홀딩스)이다. 두 브랜드는 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롱패딩, 뽀글이, 어글리 슈즈(못생긴 스니커즈 신발) 등 트렌디한 아이템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침체된 시장에서 고속 성장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플리스 제품/사진=내셔널지오그래픽

특히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난해 뽀글이로 불리는 후리스 재킷으로 대박을 쳤다. 비슷한 이미지의 디스커버리가 내셔널지오그래픽 뽀글이에 일부 고객을 빼앗길 정도로 내셔널지오그래픽 뽀글이의 인기가 높았다. 뽀글이로 대박을 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2019년 매출액은 전년비 72% 급증해, 2000억원을 돌파했다.

타 아웃도어 브랜드도 앞다퉈 뽀글이를 내놓아 매출을 올렸지만 플리스 점퍼의 객단가는 10만원~20만원대로 롱패딩(30만원~50만원)의 절반밖에 안 돼, 전체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노스페이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웃도어 업계 1위를 수성할 전망이다. 신생 아웃도어 브랜드인 디스커버리나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달리 노스페이스, 네파 등 전통 브랜드는 아웃도어 전 라인을 갖춘 데다 고객 충성도가 높아 3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는 흐름이다.

앞서 LF는 아웃도어 시장 침체로 15년된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의 사업을 종료했다. 라푸마는 매출액이 1000억원 수준으로 적지 않았지만 시장 침체에 따라 과감하게 브랜드를 정리한 것이다. K2 코리아도 지난해 11월 아웃도어 살레와의 브랜드 전개를 중단했다.

국내 아웃도어 총 매출은 2014년 활황기에 7조원에 달했지만 현재 4조원 규모로 축소됐다. 아웃도어 상위 10개 업체의 정확한 매출 추이는 3월말~4월 초 제출될 감사보고서를 통해 확인가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