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포용국가 4대축을 향한 불편한 길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 사진제공=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현생인류보다 체격이 좋고 머리도 큰 네안데르탈인은 불과 3만여년 전까지 공존했었다. 종족이 사라진 원인이 최근에 밝혀졌는데, 인구 분포가 작아 다양성이 부족해져서다. 혁신적 도구나 기술로도 극복하기 힘든 큰 기후변화나 질병에 노출될 때 다양한 형질이 섞여 있으면 강해진다. 종종 혁신보다 포용이 조직 생존에 주효한 이유다.

국가비전 '혁신적 포용국가' 발표이후 포용담론이 활발하다. 포용은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물이나 국가로 확대하면, 포용은 한 마디로 이불이(異不異)다. 서로 다르지만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수·약자를 배제하지 않고 차별하지 않는다.


어떤 포용국가를 지향할지, 사회·경제·정치·안보 4대축 16개 요소로 제안한다.

첫째, 포용사회는 복지·교육·노동·문화로 구분된다. 포용복지는 북유럽식 복지를 지향하되 우리 현실을 고려, 중부담-중복지로 가자. 포용교육은 경쟁보다 상생, 리더십보다 팀워크, 창의와 도전적 기업가정신을 존중한다. 포용노동은 노동의 자율·혁신·유연성을 중시하고 비정규직·비노조원을 차별하지 않는다. 포용문화는 다문화·다종교 사회다.

둘째, 포용경제는 산업·금융·환경·과학으로 구분된다. 포용산업은 소수·약자인 중소벤처·소상공인과 동반성장하고 신산업·신기술을 보호 육성한다. 포용금융은 약탈적 금융을 배제하고 경제사회적 약자에게 접근성을 보장한다. 포용환경은 자연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환경이고 자원을 수탈하지 않는 에너지다. 포용과학은 공익과 보편적 진리를 지향하는 과학이고 인간과 지구를 보호하는 기술이다.


셋째, 포용정치는 정당·자치·언론·행정으로 구분된다. 포용정당은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특정 정파를 배제하지 않으며 관용한다. 포용 자치는 지역차별 없이 균형발전 하는 것이다. 포용언론은 개인과 소수·약자를 대변한다. 포용행정은 장애·빈부 상관 없이 행정서비스를 공평하게 제공한다.

넷째, 포용안보는 통일·국방·외교·치안으로 구분된다. 포용통일은 흡수통일이나 군사대결이 아닌 남북협력·평화경제를 지향한다. 포용국방은 특정 군·병과·계급 위주가 아니라 제반 안보요소가 균형 잡힌 것이다. 포용외교는 호혜평등원칙으로 포용동맹을 맺어 포용국가연합을 지향한다. 포용치안은 특정 계층이 아니라 모든 시민을 보호한다.

포용은 헌법적 가치다. 민주주의는 다수가결과 함께 소수의견 존중원칙으로 운영된다. 다양성 확보를 위해 소수·약자를 배려하는 것이다. 포용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편견·차별, 증오·혐오를 포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프랑스는 똘레랑스의 나라지만, 시민을 탄압한 왕이나 나치 부역 언론인·지식인을 가차 없이 처형했다. 포용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反)포용은 비(非)포용이다. 우리 헌법도 민주적 기본질서 훼손을 불허한다. 포용이 오남용 되면 안 되는 이유다.

포용의 가치는 세상을 구하고도 남는다. 이민족을 받아들여 세계 제국이 된 로마, 네덜란드, 영국, 미국이 있다. 포용이 혁신을 촉발하면서 산업혁명과 세계무역을 주도했다. 포용을 안 하면서 쇠퇴한 스페인도 있다. 모든 세계 종교들은 포용으로 영향력을 갖게 됐다. 신분·빈부·인종·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인간을 평등과 박애로 이끈 때문이다.

포용으로 인해 치러야할 대가도 있다. 그 하나는 사회갈등이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가미되면서 기존 질서를 흔든다. 갈등관리를 위한 정치리더십과 행정력이 중요해진다. 다른 하나는 불편함이다.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이차별이 사라진 유럽처럼 우리도 30대 총리, 40대 회장, 50대 사장, 60대 과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