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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오늘도 평화로운 나라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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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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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4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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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질병통제예방센터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베이징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과 관리 작업을 점검했다. 한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0일 0시 기준 중국 전역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908명, 누적 확진자는 4만171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20.02.11.
[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질병통제예방센터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베이징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과 관리 작업을 점검했다. 한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0일 0시 기준 중국 전역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908명, 누적 확진자는 4만171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20.02.11.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비추는 중국은 오늘도 평화롭다.

톱기사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주재로 중앙정치국 상무회의가 열렸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방제를 강화하겠단 내용이 실렸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하단에 배치된 사진뉴스다. 봄을 맞아 밭을 가는 농부들이 모습이 실렸는데 새싹이 돋아난 초록색 들판이 봄 희망을 상징하는 듯하다.

코로나19 관련 뉴스는 2면에 배치됐다. 첫 뉴스는 우한(武漢)시에서 전화 자원봉사를 하는 대학생의 기사가 실렸다. 신문은 그를 '영웅도시의 영웅국민(英雄的城市 英雄的人民)'으로 칭했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잘 갖춰진 의료시설에서 환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실렸다. 기사 제목은 '내가 있으니 두려워 마세요'다.

또다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연기됐던 중국행 항공기의 운항을 재개할 시간'이란 사설을 홈페이지 상단에 배치했다. 영자지인 이 매체는 미국이 위기에 빠진 중국을 공격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이들뿐 아니라 관영 통신사 신화사, 중국 관영 CCTV도 붕어빵 찍어낸 듯 비슷한 기사로 도배돼 있다.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지도부에 비판적인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관영매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민영언론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는 의료진, 기부금을 내는 기업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위대한 중국은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낼 것이란 희망 가득한 이야기가 지면과 화면을 채우고 있다. 언론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검열과 통제의 산물이란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잘못된 보도로 제대로 된 여론이 형성될 리 없고, 지도자들의 인식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

13일 아침 청천벽력 같은 뉴스가 전해졌다. 코로나19의 발원지 후베이(湖北)성은 지난 12일 하루 동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확진자가 1만4840명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감소세를 보이는 것 같았던 중국내 확진자는 4만4652명에서 단숨에 5만9804명이 됐고, 사망자도 1113명에서 1367명이 됐다. 후베이성은 임상진단 환자를 포함시켰다는 석연찮은 해명을 내놓았지만 이를 보도하거나 분석한 중국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한국을 비롯한 특파원과 서방언론 등이 숨 가쁘게 보도를 했을 뿐이다.

중국언론은 국가적 재난이 닥칠 때마다 불리한 정보는 감추고, 유리한 정보는 부풀리는 유사한 패턴의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 2003년 중국본토에서 349명, 전세계적으로 800명이 사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마찬가지였다. 치료에 어려움을 겪거나 생필품이 부족해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고 있거나 하는 사실은 보도되지 않았다. 당시 '금방 진정될 것'이란 말이 거짓임이 들통나자 영웅담과 미담이 뉴스를 집어삼켰다.

다만 이번엔 코로나19로 사망한 '리원량(李文亮)'이란 의사의 죽음이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신종코로나는 처음 발견하고 확산을 경고했지만 중국 당국은 '허위정보 전파자'로 지목했고 그는 공안에 소환돼 잘못을 인정하는 자술서를 써야만 했다. 리원량이 죽기 전에 한 "건강한 사회는 단 하나의 목소리만 가져서는 안된다"는 말은 언론 자유에 대한 상징으로 널리 퍼졌다.

중국에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지고 있다는 서방언론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국민들이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언론의 자유를 갖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절대권력자 시 주석이 주창한 특색사회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언론의 자유가 사회적인 혼란을 가져온다고 보고 있다. 독특한(특색) 사회주의로 성장해온 중국에게 다양성은 체제를 위협하는 요소일 뿐이다. 사회가 합리적으로 가동되도록 감시하는 언론의 순기능은 고려요소가 아닌 듯 보인다.

중국 국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위해 치열하게 저항한 적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면 중국인들에게 언론의 자유는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에 복귀할 때 아름다운 기부행렬과 영웅들의 서사시로 리원량은 천천히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새로운 재난이 그들에게 닥치면 언론의 자유를 갖지 못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주변국은 물론 전세계 사람의 목숨을 위협한 민폐국가라는 불명예스런 타이틀을 다시 가져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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