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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현대자동차의 슈퍼볼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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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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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7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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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현대자동차의 슈퍼볼 광고
매년 초 열리는 미식축구 최대 경기 슈퍼볼은 평균 시청자 수가 1억명이 넘기 때문에 치열한 광고전이 벌어진다. 광고비가 1초에 2억원 정도다. 지난 2월2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가든스에서 열린 슈퍼볼에선 제목이 ‘넥스트 어웨이츠’(Next Awaits)라는 현대차의 색다른 광고가 선보였다. 약 2분 길이인 이 브랜드 광고는 뒤로 가기 기법을 사용해 현대차와 현대, 그리고 한국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 광고는 마지막에 채석장에서 돌을 지고 나르는 한 청년의 얼굴을 비추면서 모든 것이 그 ‘한 사람(One Man)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열정’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 한 사람은 바로 현대의 창업자 고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이다. 광고에는 대형 채석장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아산이 돌을 나르는 막노동을 한 곳은 지금의 고려대학교인 보성전문학교 교사 신축공사장이었다. 기록으로만 내려온 아산의 당시 모습을 영상화했기 때문에 감동적이다.
 
미국 영화감독 단테 아리올라가 제작한 이 광고는 호평받았다. 그런데 미국 시청자들에게는 광고의 마지막에 채석장이 나오는 이유가 분명치 않았을 것 같다. 더구나 얼굴이 나오는 그 한 사람이 바로 현대의 창업자라는 인식은 잘 안 되었을 것이다. 공사장에서 돌을 나르던 인부가 초대형 글로벌 기업 현대를 만들었다는 것은 통상적인 인과관계 개념을 가진 미국 사람들에게는 매우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실 우리도 들어서 안 경우가 아니면 쉽지 않다.
 
라이벌인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한때 각각 ‘저스트 두 잇’(Just Do It)과 ‘임파서블 이즈 나싱’(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광고 카피를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 적이 있다. 편하고 가격 좋은 운동화를 만들어 팔면 되는 회사들이 왜 인생관적인 카피를 쓸까.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박사에 따르면 현대의 소비자들은 단순히 효용과 가격만으로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스토리와 이념을 구매한다. 그래서 그런 광고들이 나왔고 성공했다. 그런데 ‘이봐, 해봤어?’와 ‘어려운 것은 우리가 다 극복할 수 있다’는 아산의 특허 카피다. 마치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베낀 것 같다.
 
현대가 하는 아산 기념사업이 단순히 고인을 기리는 데 그치면 아쉬운 이유다. 포드 자동차 단골고객들은 창업자 헨리 포드와 포드자동차의 역사, 그 역사가 갖는 의미 등등을 책이나 ‘포드 V 페라리’ 같은 영화를 통해 부지불식간에 학습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정보를 소비자로서 행동에 반영한다. 포드차를 구매하고 운전하면서 포드의 가치와 자신을 연결한다.
 
현대차는 ‘한국의 한 회사가 만든 성능 좋고 가격 좋은 자동차’로는 아쉽다. 스토리가 있으면 좋고, 더 좋은 것은 그 물건에 모종의 가치관이 내재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효과적인 것이 창업자의 스토리와 그가 표상하는 기업관, 가치관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현대의 모든 회사가 아산의 스토리를 잘 관리하고 실제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소개돼야 한다. 이번 슈퍼볼 광고는 그런 점에서 매우 좋은 시도였다.
 
필자는 외국 대학의 강의실에서 항상 처음에 “BTS(방탄소년단)의 나라 코리아에서 왔다”고 자기소개를 한다. 그러면 강의실 분위기가 평정된다. 최근 강의 중에 아산을 잠깐 소개했다. 학생들의 탄성이 나왔다. 필자가 다 놀랐다. 그동안 뭘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광고도 온라인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감동, 향수, 존경, 국가적 자부심 같은 것들이 배어 나온다. 사람들이 아산과 그 시대를 호의적으로 잘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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