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에만 6700억… 신한금융, '충당금과의 전쟁'

이른바 ‘라임사태’ 등에 대한 신한금융투자의 충당금 적립이 신한금융그룹의 경영실적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한금융그룹이 올해 실적을 보수적으로 잡은 이유로도 분석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에 3600억여원, 전체 라임 펀드에 5000억여원을 빌려줬다.

신한금투는 대출액의 약 10% 넘는 565억원을 평가손 처리했을 뿐 판매액에 대한 충당금을 한 푼도 쌓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무역금융펀드 판매액 2438억원은 대부분 손실로 귀결되고 있다. 이 중 신한금투의 판매액은 888억원이다. 게다가 당국은 2018년 11월 이후 라임과 신한금투가 공모해 고객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으로 보고 고객 원금의 100%까지 보상명령을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우리은행 등이 이를 받아들여 고객 돈을 돌려준다면 신한금투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여지도 있다. 모두 충당금 반영 요인들이다.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인 플루토와 테티스 손실률(각각 49.6%, 42.3%)을 기준으로 삼으면 신한금투 설정액(총액 3861억원)의 47.1%에 해당하는 1818억원 손실이 불가피하다. CI펀드 내 신한은행 설정액 2712억원의 700억원은 무역금융펀드에 흘러갔다. 또 일부는 라임의 모·자 펀드 ‘돌려막기’에 전용됐다.


신한금투 등 증권사들이 펀드 자산에서 TRS 대출을 먼저 회수해가면 투자자들은 건질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다. 이런 식으로 증권사·은행·고객들의 소송이 빗발치고 금감원이 고객 보호 위주의 보상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충당금 리스크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현재 라임에 엮인 신한금융그룹의 설정액만 6700억여원에 이른다.

신한금투는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이 상품은 문화재를 매입한 뒤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독일 시행사의 전환사채(CB)를 싱가포르 반자란자산운용이 인수한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DLS를 만든 것이다. 신한금투는 3600억원어치를 팔았는데 몇 차례 만기를 미룬 상태다. 운용사가 조기 자산매각에 나섰지만 고객손실은 불가피하다. 신한금융그룹 내에선 고객 손실액의 50%를 보상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래 저래 신한금융그룹은 상당한 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지난해 말 현재 신한금융지주가 충당금 전입액으로 9508억원을 설정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28.7% 많은 액수다. 올해 충당금만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거라는 추정이 나온다.
회계상 충당금은 영업이익을 까먹는 요인이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은행들은 부동산 규제로 인한 가계 대출 규제, 잇단 사모펀드 부실로 인한 상품 판매 제한 등 영업 여건이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의 충당금 설정은 KB금융그룹과 리딩뱅크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KB금융지주는 신한이 겪고 있는 이슈로부터 자유롭다. 지난해 나란히 3조원대 순이익을 낸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당기 순이익 차이는 900억여원 정도여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안정적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펀드 판매와 TRS 관련 불확실성은 당분간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