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통신과 언론 사이' 페북, 제3의 규제 필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사진=AFP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자발적으로 기술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함을 역설하는가 하면 민주주의 가치 수호에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2020 미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다.


CN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Munich Security Conference)'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기술 기업에 대해) 정부의 지도와 규제가 더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 모든 규제에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규제가) 인터넷의 신뢰와 더 나은 지배구조를 창출하고 모든 이들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정치적 담론, 사생활, 데이터 이동성 등 4개 분야에서 규제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외신은 이날 저커버그의 발언이 페이스북이 지난 2016년 불거진 미 대선에서의 '러시아 스캔들'이나 2018년 불거졌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으로 해석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외국 세력이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해 미국 대선에 개입한 의혹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은 약 8500만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가 유출돼 미국 대선에 활용됐다는 의혹을 각각 가리킨다. 페이스북은 이 때문에 민주주의에 해를 끼쳤다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했다.


저커버그 대표는 이날 외국 세력의 미국 선거 개입 문제를 이해하는데 느렸음을 인정하면서도 "(올해 선거는) 페이스북이 모니터링과 보안을 위해 고용한 3만5000명의 직원들로 인해 외국의 간섭에서 자유롭고 깨끗해지는데 가까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의 위치에 대해서는 통신사와 언론사의 사이쯤에 있단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누군가 전화기를 이용해 해로운 사실을 전파했을 때 그 통신사에 책임을 묻진 않는다"면서도 "페이스북에 대한 규제는 언론과 통신사 사이의 그 어떤 종류의 제 3의 규제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에서 매일 1000억개의 콘텐츠가 생산되는데 그것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해 페이스북의 콘텐츠에 대한 책임은 한 신문 편집자의 책임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규제가 만들어질 때까지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무언가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사후 대응 모델에서 사전 예방 모델로 전환해 외부 고발이 이뤄지기 전 99%의 테러 콘텐츠가 삭제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란 설명이다.

저커버그 CEO에 이어 이어 발언한 마이크로소프트 고위 인사 역시 '책임론'을 주장했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겸 최고법률전문가(CLO)는 "기술 기업들은 미국의 민주 절차를 보호할 기본적 책임을 안고 있다"며 "우리는 기술 분야에 있는 기업으로서 (대선에 나서는) 후보들을 공격이나 해킹으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지 잘못된 정보에 대해 언급할 뿐 아니라 잘못된 정보와 싸우기 위한 책임이 있다"며 "우리의 사업 모델이 마치 양극화된 사회를 조성해 민주주의의 강점을 약화시키는 게 아니란 점을 확신시키기 위한 근본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