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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CEO? Yes,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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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기협력팀 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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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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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늘 말씀하셨다. "큰 사람이 돼라"... "테슬라를 넘겠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사진제공=에디슨모터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사진제공=에디슨모터스
"그 책 읽다 말았어. 다 아는 내용이야. 자기계발서가 그렇지 뭐."

우린 좀처럼 감동받지 않는다. 책을 봐도, 조언을 들어도 늘 마찬가지다. 온통 식상한 것들뿐이다. 그럴 수밖에. 감동받을 줄 아는 '마음'이 먼저다.

'마음'은 '땅'이다. 똑같은 씨앗이라도 '어떤 땅'에 떨어지냐에 따라 결실이 다른 법이다. 일상의 흔한 것에서도 감동받을 줄 아는 마음은 비옥한 토양이다.

Q :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인가.
A : Yes(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

"오늘도 다큐멘터리 한 편으로 감동받고, 마음 다잡을 줄 아는 사람은 반드시 잘될 수밖에 없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인가'란 물음에는 "무조건 Yes"라고 답했다. 강 대표는 "부품처럼 살다가 가고 싶진 않다"면서 "뭔가를 이루고 죽고 싶다"고 했다.

◇CEO가 되다

깡촌에 강촌. 다리가 놓이기 전까진 배를 타야 뭍으로 갈 수 있었다. 섬진강 줄기가 마을과 육지를 갈라놓은 것이다. 경남 하동 하구 섬마을. 6·25 전쟁이 끝난, 몇 해 뒤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여기 정착한 배경을 얘기하자면 고조할아버지까지 '소환'해야 한다. 이곳으로 귀향 오신 것이다. '도련님' 소릴 듣던 증조할아버지는 별안간 가년스럽기 짝이 없는 신세가 됐다. 솥단지를 술로 바꿔 먹을 정도로 방황했다. 그나마 할아버지의 '독함'(?) 때문에 형편은 좀 나아졌다. 할아버지는 늘 말씀하셨다.

"네가 우리 집안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큰 사람이 돼라."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취업했다. 딱히 '어떤 일을 하고 싶다.' 그런 게 없었다. 우연히 TV를 보다 눈길이 끌렸다. B학점 이상 1차 시험 면제, 2차 시험은 영어·논술·전공... '저 정도면 되겠네.'

1985년 그렇게 KBS PD(프로듀서)가 됐다. 처음 맡은 건 AD(조연출). 생각과 달랐다. 밤새 방송 준비 뒤치다꺼리에 출연자 섭외, 자막 오탈자 확인 등 넌더리 나는 일의 연속이었다.

다큐멘터리 제작 욕구가 일었다. 대학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COSMOS)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다. 감동이었다. 그 무렵 '일본, 세계 3대 경제 강국'이란 뉴스도 흘러나왔다.

'일본이 잘살게 된 비결을 파헤쳐 코스모스 같은 다큐를 만들자.'

쉼 없이 기획안을 냈다. 5년 동안 채택되지 않았다. 한 선배가 그런다. "야, 한 10년은 인정받아야 겨우 네가 하고 싶은 걸 할까 말까다." 그 소릴 듣고 접었다.

1991년 SBS로 옮겼다. 여기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만났다. 1994년 7월 방송된 '실종 사라진 아내' 편으로는 43.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자 "플래카드를 걸자"는 선배도 있었다.

1994년이 저물 무렵, H국장 방에 들어섰다. "국장님, 꼭 만들고 싶은 다큐가 있습니다." 대답은 신통찮았다. 수차례 설득한 결과, 1995년 11월 창사특집 4부작 '한국인과 일본인'을 방송에 태웠다. 정말 PD가 된 지 10년 만이었다. 첫 편의 시청률은 27%. 대성공.

그리곤 사직서를 냈다. 돌연? 아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다. '이리 열심히 살면 무얼 못할까. 월급쟁이보단 낫겠지' 수년째 속다짐했으나 번번이 무너졌다. 이번엔 정말 사표를 냈다.

무얼 해야겠다고 정한 것도 없다. '그냥 사업을 하고 싶다'란 야심만으로 '사고'를 친 셈이다.

모두 말렸다. 사표도 수리되지 않았다. 결국 더 다녔다. 1년 반쯤 흘렀다. 1997년 6월 다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번에도 수리되지 않았다. 몇 달 뒤 IMF가 터졌다. 선배들은 그랬다. "너 지금 나가면 죽는다."

'내 나이 39세. IMF가 겁나 이번에도 약해지면 40대, 50대가 될 텐데. 그땐 절대 못 나가겠지. 사업 한번 못해 보고 죽으면 억울해 눈감겠나.'

세 달이 지나도 사표 수리가 안 되자 그냥 회사를 안 갔다. 그리곤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한때 취재하면서 '휴대폰 배터리'와 '김치 공장'을 눈여겨본 적 있었다. 바지런히 다녔지만 허방만 쳤다. 수중의 돈으로는 턱없었다. IMF 직후라 돈을 구하기도...

보통은 그것이 우연이든 계획이든 아이템을 정한 뒤 어느 정도 준비된 상태에서 '자기 일'을 시작하므로 직장을 관둬도 관둘 타이밍이 따로 있을 터인데 아이템조차 정하지 않고 단지 '사업'이란 걸 해보겠노라고 방송국을 때려치웠으니 이건 '무모함'인가, 아니면 골수에까지 꽉 찬 '사업가 기질'인가.

몇 달째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 직속상관이었던 편성부장한테서 연락이 왔다. "그리 사업하고 싶다면, 아예 외주 프로그램을 하나 맡아 봐."

'휴... PD에 신물나는데 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나.' 일단 먹고 살아야 하니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사장이 되긴 됐다. 정말 더 하고 싶지 않은 일로 CEO가 된 것이다.

"인생살이 참 얄궂다. 철저한 '을'로 살아야 하는 외주제작사 사장이라니..."

하기 싫은 일이지만, 잘하는 일이다. 드라마, 시트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MBC의 'TV 특종 놀라운 세상'도 여기서 제작한 것이다. 첫해부터 매출액은 가파르게 올랐다. 12억원, 45억원, 79억원, 100억원...

어느 날 대학 동창 모임. 한 친구가 그랬다. "야, '산업폐기물 소각로' 한번 해 봐. 20~30% 남아." 웃어넘겼다.

다음 모임에서는 또 이런다. "야, '산업폐기물 매립장' 한번 해 봐. 거긴 50%가 남아." 이번엔 맞받아쳤다. "야,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냐. 매출 대비 10% 남기는 것도 어려운 게 사업인데." 다시 돌아온 말은 "진짠데..."

의심→투자 결정→투자 번복→시장조사→산업폐기물 매립장 인수 등 숱한 곡절 끝에 2003년 산업폐기물 소각장·매립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ES청원'과 'EST'(에코서비스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진짜였다. 잘됐다.

10여년이 흘렀다. 폐자동차 재활용 사업을 추가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전기차 개조 사업이 유행하고 있단 걸 알았다. 구미가 돌았다. 전기차 개조 회사를 수소문했다. T사가 물망에 올랐다. 일반 트럭을 전기 트럭으로 개조한 뒤 그걸 지자체에 납품, 시험주행 중인 업체였다.

더 볼 것 없었다. 인수했다. 하루는 T사 사장이 이르길 "이참에 아예 전기차 제조회사 하나를 인수하는 게 어떻겠냐"고 한다. 반문했다. "전기차 제조사 인수? 자본이 엄청 들 텐데, 그걸 무슨 수로 인수하느냐."

T사 사장은 얘기를 이어 갔다. "전기차 전체 라인이 아닌 전기버스만 생산하는 회사가 있다. 1998년 '한국화이바 친환경차량사업부'로 출발했는데, 2015년 중국에 팔려갔다. 국내 전기차 산업을 위해 이걸 다시 사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음... 전기버스 제조회사 인수라... 스케일 좀 큰데. 이거 잘못되면 한 방에 다 날린다.' 고심에 고심. 지금껏 살아오면서 '뚝기'는 항상 이 생각 끝자락에서 나왔다. '뭔가를 이루고 죽어야 하지 않겠나.'

'승부사'

2017년 1월 인수했다. 기존 사업체 ES청원을 매각하고 말이다. 매각 대금은 1138억원. 세금만 240억원을 냈다. 그 전에 매각한 EST도 꽤 큰 규모였다.

이렇게 인수한 전기버스 제조사가 지금의 '에디슨모터스'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가결산 결과 매출액 810억원에 영업이익 57억원가량이다. 지난해 판매한 전기버스는 168대.

중간중간 좌절도, 후회도 많았다. '그냥 편히 살걸...' 월급쟁이가 사업 일궈 1000억원 훌쩍 넘게 벌었으면 놀고먹어도 된다. 그 돈 다 쓰고 죽겠나. 하지만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는 전기차 제조에 다시 올인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판매하는 11m 전기 저상버스는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 제품이다. 테슬라를 넘겠다."

◇중기청원

말로만 ‘공정 경제’를 외치지 말고 진짜 그런 사회를 만들어 달라. 경쟁사들의 마타도어 때문에 판매 자체가 힘들 때도 많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막아 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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