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임미리 교수 고발 두고 악화되는 여론…출구는?

더불어민주당의 임미리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고발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여론이 악화되자 고발을 취하했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이 임 교수를 추가로 고발하고 중도·보수층의 비판이 이어지는 등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고발 취하한 민주당...언중위는 '권고'민주당 공보국은 최근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임 교수가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경향신문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같은 사실은 임 교수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쏟아졌다. 보수·야당 뿐 아니라 중도층까지도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학자가 언론에 칼럼을 게재한 것을 선거운동으로 분류해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민주당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세력에 대해선 검찰 고발 등의 방법으로 탄압을 시도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조계에서도 민주당의 임 교수 고발은 무리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직 후보도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 교수의 칼럼을 선거운동으로 인정할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 학자가 신문에 칼럼을 게재한 것을 상식적으로 선거운동이라고 볼 수도 없어 애초에 형사처벌 사유가 될 수 없다면서 만약 이런 식이라면 민주당을 칭찬하는 칼럼이 게재되도 똑같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이 14일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가 싶었으나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가 12일 임 교수의 칼럼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뒤 '권고' 처분을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다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당이 못하면 우리가"...시민단체 고발 난타전민주당이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자 일부 친여성향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대신 우리가 고발하자'는 취지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들은 SNS 상에서 '우리가 고발해줄게'라는 해쉬태그를 다는 등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행동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인터넷 매체 더브리핑의 고일석 대표는 임 교수와 경향신문이 공직선거법 제254조를 위반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식적인 선거운동기간이 아닌데 선거운동을 했다는 선거운동기간위반 혐의다. 친여 성향으로 알려진 최성식 변호사도 임 교수와 같은 취지로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중앙선관위에 신고했다.

이와 반대로 보수 시민단에의 민주당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도 이어졌다. 민주당이 의도적인 검찰 고발로 임 교수와 경향신문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취지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16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임 교수를 고발한 행위는 그 동기나 경위가 불순하고 온당치 못해 임 교수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이 대표를 언론과 표현의 자유 및 국민의 알권리 침해, 선택권제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한편 이들의 고발이 실제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법조계에서는 임 교수의 칼럼 게재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이 대표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일반인의 상식 선에서 이같은 고발 행위가 임 교수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했는지 입증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열되는 비판 여론...민주당 '출구전략' 고심이처럼 민주당의 임 교수 및 경향신문 고발 사건을 놓고 여러 고발과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공보국 명의로 기자단에 문자 메세지를 보내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한다"며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같은 태도에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보수·중도층 뿐 아니라 청와대까지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알려진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착각한 자들에 의해 파국이 시작된다"라고 썼다. 이어 "진보에는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다. 승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역사를 배반한 자들만이 살아남았다"고 적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권경애 변호사는 "적을 돕는 자라는 반역 프레임을 씌워 메시지를 덮는 행태를 민주당의 변명할 권리라고 주장한다면 당신들은 반민주주의 정당이고 민주주의에 반하는 세력"이라고 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고발 당사자인 이해찬 대표는 침묵 중"이라면서 "'당 대표는 몰랐다'는 어처구니 없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국민께 사과를 하는 등 출구전략을 고심 중이다.

앞서 이번 사건을 두고 당 지도부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17일 기자들에게 "겸손한을 잃었거나 또는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민주당의 첫 공식 사과 발언이다.

한편 17일 민주당 최고위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더욱 겸소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자성 취지의 발언이 오고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