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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지킬 생각 없이 한 합의, 그래도 담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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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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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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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차 공정거래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공정거래로(law)' 이야기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처음부터 지킬 생각 없이 한 합의, 그래도 담합일까?
# 건설회사 A와 B는 사전에 모여 공공건물 신축공사입찰에서 B가 낙찰되도록 하기 위해 B는 100억 원으로 입찰하고, A는 그보다 10억 원 높은 110억 원으로 입찰하기로 서로 약속했다. 하지만 사실 A회사는 속으로는 100억 원보다 낮은 80억 원으로 입찰하여 자신이 낙찰을 받을 생각이었으나 겉으로는 위와 같이 B회사와 약속했다. 그 후 A회사는 B회사와한 약속과 달리 속으로 마음 먹었던 80억 원으로 입찰하여 자신이 낙찰을 받았다.

이와 같이 A회사가 내심으로는 B회사와의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음에도 B회사와 약속한 후 실제 입찰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경우,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에 해당할까.

우선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담합에 해당하려면 계약, 협정, 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사업자간에 공동행위를 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어야 하며, 담합이 성립하기 위한 합의는 계약, 협정, 협약, 결의, 양해각서, 동의서 등과 같은 명시적 합의뿐만 아니라 사업자간의 암묵적 합의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이해한다는 눈짓(윙크)만으로도 담합이 성립하기 위한 합의가 될 수 있다((Knowing wink can mean more than words).

이처럼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같은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으로, 합의에 따른 행위를 현실적으로 하였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어느 한 쪽의 사업자가 당초부터 합의에 따를 의사도 없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의하여 합의한 경우라 하더라도 다른 쪽 사업자는 당해 사업자가 합의에 따를 것으로 신뢰하고 당해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가 합의를 위와 같이 신뢰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이용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담합에 해당한다.

결국, A회사와 B회사가 서로 A회사는 110억 원으로, B회사는 100억 원으로 입찰하기로 약속함으로써 A회사는 B회사와 사이에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가격결정의 합의를 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로써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담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A회사가 처음부터 B회사와의 약속을 이행할 생각으로 약속을 하였는지, 또 B회사와의 약속을 지켰는지 여부는 담합의 성립과는 무관하고, 비록 A회사가 속으로는 80억 원에 입찰하여 자신이 낙찰을 받을 의사를 가졌었고 그 후 B회사와의 약속과 달리 입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담합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처럼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의하여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합의에 따른 구속력을 자율적으로 수용하는 의지가 결여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그로부터 유래하는 경쟁제한적 성격 또한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경우에는 담합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 간의 의사의 일치가 상호 구속의 근거를 부여하는 민법상 합의의 개념과 형사벌 또는 행정상 제재의 근거가 되는 담합에 있어서 합의의 개념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담합의 당사자들 중 일방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방법으로 행동하겠다는 의사를 상호 표현한 것인 이상, 진의 아닌 의사표시를 한 당사자 이외의 나머지 당사자들의 행위만으로도 경쟁을 제한할 위험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의한 합의의 경우, 다른 쪽 사업자는 당해 사업자가 합의에 따를 것으로 '신뢰'하고 당해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가 이와 같이 '신뢰'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이용한 경우에 경쟁제한성이 있는 담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비록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의한 합의라고 하더라도 만약 다른 사업자의 '신뢰'를 이용하지 않은 경우라면 담합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백광현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백광현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백광현 변호사(연수원 36기)는 2004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을 36기로 수료한 후 법무법인 화우 공정거래팀에서 근무하다가 2011년부터는 법무법인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서울대 전문분야 법학연구과정과 공정경쟁연합회 공정거래법 전문연구과정을 수료했고, 미국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FTC, 미국 Steptoe & John LLP에서 근무했으며, 고려대 로스쿨에서 공정거래법을 가르친 경력이 있다. 2018년부터는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심의회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관 팝콘 비싸도 되는 이유', '같이 살자 가맹사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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