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소녀가 주검으로…'여성 혐오 살해'에 들끓는 멕시코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지난해 11월25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여성들이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연방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멕시코에서 3,662명의 여성이 '여성 증오 살인'에 희생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시스

멕시코에서 '페미사이드(여성 혐오적 살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지역 사회가 들끓고 있다. 지난 8일 멕시코시티의 20대 여성이 40대 동거남에게 살해당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실종된 7살 소녀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에 해시태그 운동, 항의 시위 등이 벌어지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일 멕시코시티 소치밀코에 사는 파티마(7)가 실종됐다. 파티마의 어머니가 딸을 데리러 학교에 갔지만 그는 이미 실종된 후였다.

이후 파티마의 가족과 경찰은 곳곳을 수색했지만 15일 파티마는 실종된 곳 근처에서 검은 쓰레기봉투에 담긴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신은 옷이 벗겨지고 폭행당한 흔적이 있는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200만페소(약 1억27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실종 당일 한 여성이 교복을 입은 파티마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CCTV 영상도 공개됐다.

파티마의 엄마는 이날 검찰청 앞에서 "내 딸과 모든 여성을 위해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파티마의 죽음이 알려진 후 멕시코 곳곳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온라인상에서는 '파티마에게 정의를(#JusticiaParaFatima)'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쏟아졌다. 사회 운동가, 언론인 등도 공개적으로 파티마의 죽음을 언급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이에 앞서 지난 8일 멕시코시티에선 20대 여성 에스카미야가 40대 동거남이 휘두른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멕시코 여성들은 '잉그리드에스카미야'(#IngridEscamilla)'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살해된 여성을 추모하는 글과 사진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 여성 폭력을 반대하는 행진도 멕시코 전역에서 일어났다.

최근 멕시코에서 발생하는 여성 살해 사건이 증가하면서 지역 사회 내 분노와 공포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에서 발생한 여성 혐오 살해는 1006건으로, 전년도(912건) 보다 증가했다. 멕시코 당국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여성 살해 사건은 137% 늘었다.

하지만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늘어나는 여성 살해 사건에 대해 "언론에 의해 많이 조작됐다"고 말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파티마 사건에 대해서 "처벌만이 해법이 아니다"며 신자유주의 모델로 인한 점진적 쇠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