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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문재인·노무현의 '검찰개혁' 다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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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상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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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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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정부 당시 대선자금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2003년. 수사 결과가 공개되기 전 노무현 대통령이 송광수 검찰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수사에 대해 청와대에 들어와서 상의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때 송 총장은 “대통령님을 뵙고 나면 그 수사결과가 공정하다고 국민들이 믿겠습니까. 제가 들어가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하고 끊었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정치적 중립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화다. 노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자, 개혁의 목적, 개혁 추진과정의 원칙으로 삼았다. 검찰 권력이 정치 권력과 결합하면서 서로의 권한과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여기서 과잉 수사, 인권 침해, 정치 수사 등 검찰을 둘러싼 많은 문제들이 잉태된다고 본 것이다.

민정수석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참여정부 시절 내내 검찰 개혁을 함께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를 취해달라'고 주문한데서도 이런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윤 총장에게 “우리 청와대든 또는 정부든 또는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그런 자세로 임해 주시기를 바라고 그렇게 해야만 검찰 (개혁을)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문 대통령의 선택은 달랐다.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 후 여권에서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과정에 제지하기 보다는 방관하거나 힘을 싣는 스탠스를 취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청와대 턱밑까지 조여오는 수사가 진행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청와대와 여당을 통한 검찰 압박은 하루가 다르게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 결과 정권이 도덕적인 타격을 입고, 오랜 정치적 후원자인 강금원 씨를 비롯, 최도술, 안희정, 이광재, 여택수 등 정치적 동지들이 희생되는 과정에서도 중립, 불개입을 강조했던 노 전 대통령과는 다른 행보다.

문 대통령은 왜 다른 선택을 했을까. 여러 이유들도 있겠지만 참여정부의 철저한 중립성 보장이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반성이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 정치적 중립에만 매달리다 민주적 통제등 다른 핵심적 과제를 놓쳤고, 검찰 개혁 동력 약화, 정권 교체 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악수가 됐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검찰'과의 대립구도를 지지층을 결집시켜 검찰 개혁과제들을 처리하는 동력으로 삼아 성과를 냈다.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 부여,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 제한 등을 핵심으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검찰 견제 수단으로도 작동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반대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후유증도 못지 않다. 검찰 개혁 성과 자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서 증거 능력 제한 등 권한이 집중된 검찰 권력 분산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지만 정권 보호를 위해 검찰의 힘을 빼고 있다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한다. 검찰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수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검찰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가 보수층을 결집시키면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여당의 총선 행보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여권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는 윤 총장은 주요 대선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도 어느 듯 반환점을 돌아 4년차를 지나고 있다. 다시 검찰 개혁의 큰 틀을 바꾸기는 힘든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다른 선택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참여정부가 해내지 못한 실질적인 검찰 개혁이라는 성과를 낼 수도, 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 수도 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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