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진 폭염·태풍…한반도 이상기후 '빨간불'

지난해 8월 5일 폭염 경보가 내린 서울 중로구 세종대로에서 물청소차가 뜨겁게 달궈진 도로에 물을 뿌리며 열기를 식히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 10년 간 폭염·태풍 등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되면서 한반도 기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로 인한 경제 피해도 점점 커지는 가운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점점 더워지는 한국…100년만에 처음으로 태풍 7개 영향권19일 기상청이 발표한 '2019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기온은 평년(12.5)보다 1도 가량 높은 13.5도를 기록했다. 이는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첫 번째는 13.6도를 기록한 2016년으로, 지난 10년 간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평년보다 0.5도 높아지면서 상승세다. 2014년 이후부터는 평년보다 낮아진 적이 없다.


비교적 추웠던 5월과 11~12월에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기온이 올랐다. 지난해 8월 서울 최고기온이 39.6도를 기록하는 등 여름철 폭염도 거세졌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총 19개의 태풍 중 7개가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는 근대 기상업무가 시작된 1904년 이래 100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태풍 링링과 미탁의 영향으로 28명의 인명 피해와 2,011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미탁의 경우 울진에서 시간당 강수량 104.5mm를 기록하여 기상관측 이래 시간당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지역적 집중호우, 장기적 가뭄, 대설과 한파 등 다른 이상기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22일 제17호 태풍 타파(TAPAH)의 영향으로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입국장을 지나는 시민이 결항이 표시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매년 가축·양식어류 폐사…막대한 피해 이어져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2016년에는 1만7000헥타르에 달하는 과수원과 농장에서 농작물이 고사했으며, 450만마리의 가축이 폐사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7년에도 불볕더위로 가축 500만마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고수온 현상으로 양식어류가 폐사해 그 피해규모가 7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018년에는 전국에서 2만2500헥타르 규모의 농작물 피해를 봤으며, 양식어류 폐사 규모도 60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총 1195명이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면서 14명이 숨지기도 했다.

한파와 대설 등의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도 크다. 2010년에는 강풍과 한파로 바다에 나가는 어선수가 줄면서 어획량도 감소했다. 전년인 2009년 대비 동해에서 잡힌 오징어 수는 50% 가까이 적었다.

2014년에는 동해안 지방에 역대 최장기간 동안 눈이 내리면서 농가 피해 복구액에만 112억원을 들였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지난 10년 동안 한반도에 이상기후와 폭염이 극심해지고 있다"면서 "이상기후로 인해 증가하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관계부처‧기관 간 협업을 강화하고 범부처가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