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좌파’ 자처하는 블룸버그, 목표는 샌더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사진=AFP

18일(현지시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다음날 네바다주에서 열릴 민주당 예비후보 토론 첫 참여에 앞서 ‘금융규제’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은 '볼커룰'(은행의 고위험 투자 제한)과 미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을 비롯한 각종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0.1% 세율의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청년들의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고자 소득에 기반한 상환제도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성명에서 “금융시스템이 대부분의 미국인을 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그의 이런 진보적 공약에 정치전문가들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월가 좌파’ 블룸버그, 왜?

2013년 있었던 월가 시위 현장/사진=AFP

블룸버그는 628억 달러(74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가진 세계 8위 부호로, 금융미디어그룹 블룸버그LP 창립자다. 오랜시간 월가 금융권과 깊은 유대를 쌓아온 터라 진정성에 대한 의문도 따라붙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가들과 언론은 그가 ‘왼쪽’으로 방향을 트는 이유로 현재 민주당 지지율 1위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꼽았다. ‘원조 진보파’인 그를 잡으려면 중도파 후보들 가운데서 튀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새 여론조사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샌더스 의원(31%) 뒤를 이어 지지율 2위(19%)를 기록했다. 같은 중도파 후보 중 돋보이던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을 조금씩 제치고 있다.
규제반대론자였는데? ‘철새’ 비난도다만 블룸버그가 2002~2013년 뉴욕시장 당시 했던 말들 때문에 모순적이란 비판도 있다. 당시 블룸버그는 “볼커룰은 근시안적”이라며 “민주당이 월가를 상대로 경제에 해를 끼치는 정책을 펼치려 한다”고 비난했다. 지금과 달리 금융규제 강화에 부정적이었다.

이런 지점을 공략해 샌더스 의원은 트위터에서 “미국에서 억만장자가 선거를 돈으로 살 수 없다”면서 “블룸버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룸버그가 자신의 뿌리 격인 월스트리트와 거리를 둠으로써 민주당의 기반인 학생층과 소수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진보 정책’에 평생을 바친 샌더스를 블룸버그가 넘어설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 회의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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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못마땅한 민주당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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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경선 캠페인 현장/사진=AFP

민주당 내부에선 샌더스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맞수로는 부적합하다고 본다. 무당층을 끌어오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당 주류는 중도층 표가 나뉘어 샌더스가 지명될까 우려한다.

이에 WSJ은 재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중도·진보 단체에 기부와 후원금을 뿌리고, 현재 엄청난 광고 공세를 펴는 블룸버그가 민주당 주류의 지원을 받아 ‘샌더스 대항마’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 달 3일 ‘슈퍼화요일’에는 14개 주에서 대의원 약 1400명이 선출될 예정이다. 여기서 샌더스와 양강 대결이 가능한 중도파 '독주 후보'가 나오면 당내 핵심이 미는 '중도파'의 승산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