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펌프꼭지 없어서…' 손소독제 생산 차질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6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남부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던 어린이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차원으로 손소독제를 바르고 있다. 2020.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손소독제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관련 제조업체들이 용기 부자재 때문에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는 수급 차질로 2~3주씩 생산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용기에서 소독액을 짜내는 중국산 '펌프꼭지' 수급이 어려워지면서다.


19일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손소독제 생산·판매 실적을 의무 신고하는 업체는 158개다. 이 가운데 80~90% 이상은 용기에 결합하는 펌프꼭지의 전량 또는 일부를 중국에서 수입해서 쓴다. 국내 용기 사출업체들은 생산단가 문제로 펌프꼭지는 거의 만들지 않는다.

인천 지역 손소독제 생산업체 A사 관계자는 "외용기 자체는 국내에서도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없는데 펌프꼭지는 거의 중국에서 들여오는 거라 수급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며 "중요한 원부자재는 다 있는데, 정작 꼭지 하나가 없어서 생산 차질이 생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세종시 인근 의약외품 제조업체 B사는 펌프꼭지 공급 차질로 아예 손소독제 생산을 중단했다. 이 회사는 올해 1월 이후 생산 중단 전까지 손소독제 13만개(500ml)를 생산했다. B사 관계자는 "펌프꼭지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현재는 생산을 중단했다"며 "다만 공급이 완전히 끊긴 게 아니라 지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2~3주 내로 생산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150원 펌프꼭지 가격 50% 이상 올라…일부 400원까지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시중에서 유통되는 펌프꼭지 가격은 기존 대비 50% 이상 올랐다. 일부는 국내 원·부자재 유통업체에 웃돈을 주고 펌프꼭지를 사오고 있다. 원래 개당 100~150원 정도였던 단가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250~300원까지 올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경기도 화성시 손소독제 생산업체 C사 관계자는 "국내 부자재 업체들이 유통하는 펌프꼭지 물량도 중국이나 다른 지역에서 대량으로 수입했던 물량"이라며 "며칠 전에는 일부에서 가격을 400원까지 올렸다고 하는데 그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원부자재 수급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하루 2만개 가량을 생산하는 C사는 "과거 다른 때와 비교해도 자재 수급이 이 정도로 어려운 상황은 처음"이라며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일단 다음 주부터는 생산물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손소독제 주재료 '에탄올' 수급 우려도일부 업체는 주요 원자재인 '에탄올' 수급도 우려하고 있다. 손소독제에는 에탄올, 벤잘코늄염화물, 이소프로판올 등이 주성분으로 쓰인다.

D사 관계자는 "급격하게 늘어난 주문량에 맞추다 보니 월 에탄올 사용량도 평소 10~11톤 수준에서 160~170톤까지 15배가량 늘어났다"며 "미국에서 에탄올을 수입해서 쓰는데 중국 업체들의 주문량도 급증하면서 충분한 양을 다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일회용 소독면(알코올 스왑)을 주로 생산하는 F사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에탈올 수요가 워낙 급격하게 늘고 있다 보니 수급이 못 쫓아가는 부분이 생기고 있다"며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부자재의 통관절차나 기간을 줄여주는 식으로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