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딱지 뗀 '타다', 韓 모빌리티 역사 전환점 될까(종합)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를 받고있는 이재웅 쏘카 대표, 박재욱 VCNC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렌터카 기반 호출서비스 '타다'가 불법콜택시 딱지를 뗐다. 법원이 타다 서비스를 합법으로 판단하면서 타다는 불법 택시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 모빌리티·스타트업 업계는 반색한 반면 택시업계는 분노를 표출하면서 타다와 택시업계 간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9일 오전 10시30분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타다는 이용자가 직접 운전할 필요 없이 분단위 예약으로 승합차를 이용자가 필요한 시간에 주문형으로 임차하는 일련의 계약관계가 구현되는 서비스이고, 이용자와 쏘카 사이에 초단기 임대차 계약이 성립한다고 보는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두 대표에게 각각 징역 1년을, 회사법인에는 각각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대표 등은 타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이용해 면허없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운영하고, 자동차 대여사업자로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유상여객운송을 한 혐의를 받았다.
타다 금지법, 통과 가능성 낮아져…불법 꼬리표 떼며 사업도 투자도 탄력타다가 이번 판결로 얻게 된 가장 큰 소득은 타다 금지법을 저지할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타다가 합법 서비스로 인정받으면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진하는 타다금지법(여객법 개정안)은 힘이 빠졌다.

이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 17일부터 임시국회가 열리면서 법안 처리를 앞두고 있지만, 법원의 무죄 선고로 통과 가능성이 낮아졌다. 여당과 국토부가 타다 금지법 처리 방향을 두고 유무죄 선고 결과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타다 금지법 통과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통과시키면 사법부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안을 입법부가 뒤집는 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타다는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우선 불법 딱지를 떼면서 투자 유치가 수월해져 일시적으로 멈춘 1만대 증차 계획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타다는 법인 분할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됐다. 오는 4월 쏘카에서 분할돼 독립기업으로 출범하면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불법' 꼬리표를 떼며 대규모 투자 유치에 대한 기대가 커진 동시에 타 업체와의 협업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다. 분할 발표 당시 박 대표는 "독립 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타다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투자를 적극 유치해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을 더 크게 확장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타다와 택시.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스타트업 "무죄 환영…사업 진출 활기"…검찰 항소 시 법적 싸움 장기화 불가피이번 무죄 판결을 두고 모빌리티와 스타트업 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스타트업 업계 전반에 규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덩달아 힘을 얻는 모양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번 판결로 미비한 모빌리티 관련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더 명확해졌다"며 "불안정한 제도부터 바로잡아야 앞으로 국내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이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벤처기업협회는 "교착상태에 있던 모빌리티 등 신산업이 혁신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 기존 산업과 상생하며 국가 경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국민에게 보다 나은 교통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반겼다.

타다 서비스가 합법성을 인정받으면서 모빌리티 업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선 렌터카 기반 승차호출서비스 사업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들의 움직임이 활기를 띌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타다 서비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며 관련 업계는 일시정지된 상황이었다"라며 "이번 무죄 판결로 사업 진출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타다와 택시 간 갈등이 시작된 이래로 모빌리티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들의 시선은 타다에 집중됐다. 앞서 280명의 스타트업 대표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타다를 지지하는 스타트업 대표 탄원서’를 제출할 정도로 신산업에 대한 간절함을 내비쳤다.

반면 택시 업계는 재판부와 타다를 싸잡아 비난하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무죄 판결 직후 법정은 분노한 택시기사들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한 택시기사는 "법원이 어떻게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타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꼭 입증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 끝난게 아니다. 검찰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법적 공방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항소심의 경우 법조계에선 타다의 유무죄 판단이 여론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타다에 대한 형사 고발이 본격화된 것도 4월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고려가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에 타다 측은 호의적인 여론을 형성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타다 서비스의 효용과 합당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진다면 항소심 재판부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법원이 미래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법과 제도 안에서 혁신을 꿈꿨던 타다는 법원의 결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로 달려간다"며 "타다의 새 여정이 과거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의 기준을 만들어가는데 모든 기술과 노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