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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달콤한 장식 대신 위험한 길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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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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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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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4관왕 ‘기생충’ 봉준호 감독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평행선 아닌 충돌의 지점 만들어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잠석해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잠석해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제가 도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만드는 스토리의 본질을 외면하는 건 싫었어요.”

봉준호 감독은 1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주역들의 귀국 기자회견에서 CNN 외신 기자의 ‘빈부격차 스토리에 관객이 왜 열광하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봉 감독은 우선 “빈부격차 현대사회가 씁쓸하고 쓰라린 면이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정면돌파하고 싶었다. 사실 그러려고 만들었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어쩌면 관객이 불편하고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그 두려움으로 당의정을 입혀 달콤한 장식을 꾸미는 식으로 끌고 싶진 않았어요. 우리 시대를 솔직하게 그리고 싶었죠. 대중적으로 위험해 보일 수는 있지만, 이 영화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했어요.”

봉 감독은 “다행히, 한국 관객이 1000만 명 이상 호응했고 ‘오스카’ 노미네이션 이전에 세계적으로 2500만불(약 297억원) 이상 역대급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어서 기뻤다”며 “수상 여부를 떠나서 동시대 관객이 호응해준 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의 선전은 유능한 젊은 관객에게 더 열린 무대로의 진출 계기가 될 법도 하다. 감독은 긍정과 우려의 눈길을 동시에 전했다.

“가끔 고민합니다. 지금 신인 감독들이 ‘플란다스의 개’(봉준호 감독 데뷔작) 같은 시나리오를 들고 왔을 때, 투자받을 수 있을까. 냉정하게 보면 제가 데뷔한 1999년부터 20년간 한국 영화는 눈부신 발전을 했지만,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들이 평행선을 이루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해요. ‘플란다스의 개’나 ‘살인의 추억’을 만들 당시만 해도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상호 침투 작용이 있었어요. 긍정적 의미에서 ‘역동적 충돌’이라고 할까요. 1980, 90년대 홍콩 영화가 붐을 이뤘지만 이내 쇠퇴한 경험을 우리는 알고 있는데, 그 길을 걷지 않으려면 한국의 많은 산업이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지닌 리스크를 두려워 말고 도전적인 영화를 산업이 껴안을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러나 또 한편으론 최근 나온 훌륭한 독립영화들을 보면, 여러 재능이 꽃피기에 산업과 좋은 충돌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외국어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배경에서 ‘영어 자막’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봉 감독은 ‘기생충’의 영어자막 번역가 달시 피켓과의 ‘20년 우정’을 소개하며 번역의 힘에 대해 설명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왼쪽)와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잠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br />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왼쪽)와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잠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플란다스의 개’부터 같이 감수했으니, 꽤 세월이 흘렀네요. 달시 부부는 한국어를 잘하는 미국인 남편,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 아내가 협력해서 번역을 만들어내요. ‘대만 카스테라’ ‘짜파구리’ 같은 드라마 속 숨겨진 의미들을 맥락에 따라 파악하는 식이죠. 달시는 이미 ‘밥은 먹고 다니냐’는 번역을 통해 인류 최대의 난제를 한번 해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별 걱정은 안했어요.(웃음)”

봉 감독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배우 송강호는 봉 감독이 가장 기뻐하는 순간을 기억했다. 자신이 감독상을 받을 때나 작품상을 받을 때도 아니었다. 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SAG) 영화부문에서 배우들이 받는 앙상블상을 받을 때였다. 송강호는 “봉 감독이 20년간 그렇게 기뻐하던 순간을 처음 봤다”고 전했다. 영화는 감독이 아닌 배우 연기와 배우들의 조합이 가장 큰 자산이고 동력이라는 사실을 봉준호 감독이 직접 증명한 대목이다.

송강호는 “봉 감독이 오스카 감독상 수상소감에서 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며 “가장 창의적인 것이 가장 대중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말미, 봉준호 동상과 생가 건립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봉 감독은 “하하하. 내가 죽은 후에 해주면 좋겠다”며 “이 모든 것이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딱히 할 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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