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에로쑈핑·부츠 울지만 '성장 노브레크' 노브랜드 웃는다

이마트 필리핀 노브랜드 1호점. /이마트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던 '삐에로쑈핑'과 '부츠' 등이 연이어 폐점하면서 특색있는 전문점을 통해 이마트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정 부회장의 실험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부담만 키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노브랜드'가 '회심의 한 방'이 될 조짐을 보이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이마트의 전문점 부문 성과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6044억원, 영업이익 253억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66.1% 감소했는데, 할인점 부문에선 426억원의 영업이익을 봤지만, 전문점에서 240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이마트의 사업부문은 할인점(이마트), 트레이더스(창고형 할인점), 전문점(삐에로쑈핑·일렉트로마트·노브랜드·부츠 등) 등 3개로 구분된다.

일본의 유명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 한 삐에로쑈핑은 오픈 초기 일평균 방문객이 8000~1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가격경쟁력 등에서 밀려 수익성이 악화되자 지난해 12월 이마트는 삐에로쑈핑 7개점 영업을 순차적으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중 18개 점포를 폐점한 H&B(헬스앤뷰티)스토어 부츠도 당초 33개 점포에서 15개 점포만 남은 상태다. 이마트는 남아있는 부진한 부츠 점포도 영업 효율을 개선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전문점 관련 사업들이 모두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일각에서 비판이 나온 게 사실이다.

/사진제공=이마트

하지만 업계 사정을 아는 이들은 이마트의 '전문점' 중 노브랜드는 달리봐야한단 입장이다. 한 마트업계 관계자는 "노브랜드는 국내 유일한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DS·hard discount store)로, 특색이 있어서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아가는 걸로 안다"며 "정 부회장의 야심작들 중에서 노브랜드는 확실히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노브랜드는 독일의 마트 체인 알디, 리들 등과 같은 HDS를 콘셉트로 하고 있다. HDS는 대량으로 업체들과 직접 계약해 값 싸고 질 좋은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 약 90%에 달하는 상품을 PB로 채운다. 물건 종류 수는 일반 마트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적지만, 저렴한 PB상품을 무기로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인다.


노브랜드도 일반 브랜드보다 저렴한 이마트 PB '노브랜드' 상품을 무기로 호평을 받아왔다. 이같은 호평에 힘입어 신규 점포도 빠르게 늘고 있다. 노브랜드는 지난해 4월 경기 군포에 출점한 첫 가맹점을 시작으로 2개월 만에 가맹점 7곳이 들어섰고 현재는 전국에 약 240개까지 점포를 늘렸다.

노브랜드 제품. /사진=News1

최근 노브랜드는 해외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사업성이 높은 노브랜드의 상품 및 브랜드에 대해 해외 수출을 지속 확대, 성장성·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 베트남 등 4개국에 처음 상품을 수출하기 시작한 노브랜드는 현재 수출국을 20여개 국가로 확대했다. 수출액도 2015년 약 20억원에서 지난해 70억원 수준으로 250%가량 늘었다.

또 노브랜드는 지난해 12월 필리핀 마닐라 오르티가스에 있는 '로빈슨 갤러리아' 쇼핑몰에 필리핀 1호점을, 산 페드로 지역 로빈슨 사우스 갤러리아 몰에 필리핀 2호점을 냈다.

한류 영향으로 필리핀 내 한국 상품 호감도가 높은 데다가 기존 한국 제품보다 20~70% 가량 저렴해 가격경쟁력이 있어 현지 반응도 좋았다. 이마트는 연내 8개의 점포를 추가해 필리핀 내 총 10여개의 점포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황종순 이마트 해외사업팀장은 "노브랜드의 경우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며 "다른 여러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러브콜이 있는 만큼 노브랜드의 세계화를 위해 힘 쏟겠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이마트의 경영활동은 수익성 확보 및 사업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노브랜드도 수익성을 더욱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