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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못받는 '키코 배상' 윤석헌의 헛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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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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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2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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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하이스코 부실채권 인수 유암코에 혜택…실제 피해자에겐 전혀 도움 안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공을 들인 키코(KIKO) 분쟁조정이 실제 피해자에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기업의 대주주가 바뀌었거나 폐업을 한 경우 피해기업에 연대보증을 서 파산한 옛 대주주나 경영진들은 배상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키코로 피해를 입은 4개 기업에 은행이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한 뒤 일성하이스코에 키코 관련 분쟁조정결과를 통지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으로부터 배상액을 받는 방법도 안내했다. 우리은행이 이달초 이사회를 열어 피해기업 2곳에 42억원을 배상하기로 결정해 일성하이스코는 배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 돈을 찾아가지 않았다.

만약 일성하이스코가 배상금을 받아가면 득을 보는 건 우리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이 만든 유암코(연합자산관리)다. 일성하이스코가 키코 피해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채권단이 회사 지분을 갖게 되면서 현재 대주주가 유암코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은행이 일성하이스코에 키코 배상금을 주면 유암코와 그에 출자한 시중은행가 이득을 보는 구조다.

반면 키코 피해의 당사자인 일성(일성하이스코의 전신)의 장세일 전 회장 등은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한다. 장 전 회장은 일성이 어려워지자 투자자들로부터 사기혐의로 피소됐고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키코의 피해 배상금을 받아 재기를 모색하려던 장 전 회장의 계획도 무산될 수 밖에 없다. 장 전 회장은 “키코 배상과 관련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던 부실채권 처리회사인 유암코가 실질적인 수혜자가 되는 것”이라며 “키코의 ‘가해 책임자‘가 ‘수혜자’가 되는 것으로 키코의 피해배상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일성하이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키코로 피해를 입은 대부분 기업이 파산하거나 경영진이 바뀌어서 은행들이 배상을 하더라도 엉뚱한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키코 분조위의 결정이 이같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금융당국에 시정을 요청했지만 금융당국은 법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에 앞서 그런 건의사항이 있어 분조위에서도 논의됐지만 분조위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며 “유암코와 기존 대주주가 풀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윤 원장 역시 금감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해 분조위 결과를 보고받을 당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키코 피해기업을 제대로 배상금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감원 분조위’이 아니라 다른 방식을 찾아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선 은행이 키코 피해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이 거론되기도 했었다. 기금을 조성하는 건 은행이 배임 이슈 없이 키코 기업을 도와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지원할 수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분조위처럼 법적 절차를 거치면 은행 역시 법적 이슈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키코 배상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이 대법원 판례를 뒤집으면서 법적 절차를 밟았지만 정작 피해자 구제를 전혀 하지 못한 채 ‘헛수고’만 했다는 얘기다.



  • 이학렬
    이학렬 tootsie@mt.co.kr

    머니투데이 편집부, 증권부, 경제부, 정보미디어과학부, 이슈플러스팀 등을 거쳐 금융부 은행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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