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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타다와 혁신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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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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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법원이 지난 19일 ‘타다’를 모빌리티 플랫폼을 이용한 ‘초단기 승합차 렌트 서비스’로 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1심 판결했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택시업계는 생존권에 대한 대책 없이 타다 서비스를 허용했다고 반대하지만, 더 근본적인 논란의 이유는 타다의 혁신성 부재 문제에 있다.

‘타다’ 측은 렌트카를 이용한 모빌리티의 혁신이라고 주장한다. 현실은 서비스 소비단계에서는 ‘청결한 실내와 친절함’을 무기로 한 고급 택시 서비스 정도로 인식된다. 판결처럼 고객이 렌트카 임차인라는 인식은 적다.

여객운수업 면허 없이도 11인승 승합차로 법의 맹점을 이용해 초단기 임대차 계약의 길을 열었다. 기술혁신보다는 법률전문가의 길을 택한 셈이다.

통상 ‘혁신’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은 우리에게 두 가지 정도의 큰 변화를 제공한다.

첫째 인간의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다. 두 번째는 이런 혁신이 우리 사회 전체적 삶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부족하다.

네 명의 가마꾼이 한 사람을 태우던 가마에 적용된 ‘바퀴’의 혁신은 마차로의 변화를 이끌었다. 말이 끄는 마차에 열역학을 이용한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의 혁신을 적용해 자동차로의 진화를 가져왔다.

이젠 인간이 운전하던 내연기관을 인공지능이 조정하는 자율주행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 땅에서만 달리던 자동차가 드론 등의 혁신적 기능을 결합해 하늘을 나는 시대도 눈앞에 다가왔다. 이런 정도의 변화를 우리는 ‘혁신’이라고 부른다. 또 추운 날 길에 서서 택시를 잡던 것에서 앱을 통해 택시를 잡는 변화도 혁신의 일종이다.

이런 혁신과정은 인간의 노동 투입시간을 줄여주는 대신 ‘탈것’의 목적성인 이동속도의 증가와 정확성, 편리성을 향상시켰다.

1700년대 프랑스 고전파 경제학자 J.B. 세이는 ‘자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활동’을 혁신이라 정의하고,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을 기업가라고 불렀다.

‘타다’의 혁신성은 무엇일까. 운전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동일한 서비스를 싼 가격에 제공해 고객의 만족을 높이는 생산성 혁신의 결과물은 없어 보인다. 운전자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기술도 기존 콜택시나, 카카오택시 등이 하는 서비스와 비슷하다.

소비자 측면에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쾌적한 환경의 택시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이 넓혀진 정도다.

혁신 전도사로 불린 피터 드러커는 “소비자들이 이제껏 느껴온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이 혁신”이라고 해 ‘타다’가 그 범주에 들긴 했지만, 법의 빈틈에서 이룬 결과라는 게 아쉽다.

드러커의 주장대로라면 비행기 내 이코노미석보다 돈을 더 받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석이나 속칭 ‘나라시’(일본어 나가시의 변형: 손님을 찾으려 돌아다님)로 불리는 불법 고급 자가용 택시의 영업 영역도 혁신이라 불러야 한다.

‘타다’에 혁신적 요소가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여객운수법의 입법 취지의 일부를 희생할 가치가 있느냐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혁신은 그 파급력으로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이익이 커 일부 손해를 감내하더라도 사회가 이를 받아들이고 변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

‘타다’의 혁신은 ‘택시’를 구시대의 산물로 몰아붙일 만큼의 파격적인 변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또 택시업계와 소비자, 운전근로자, 신사업 진출자 등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보다는 택시와의 ‘밥그릇 싸움’의 경쟁자로서 위치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타다’는 우리 사회와 상생하며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진정한 혁신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편법 고급 콜택시 서비스’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할 것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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