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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신화'가 된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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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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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2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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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태어나 지금껏 도시에서만 살았다. 하지만 단 한번도 아파트에선 살아본 경험이 없는 ‘촌놈’(?)이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은 단독 주택들이 모여 있는 저층주거지다. 아파트와는 풍경이 사뭇 다르다. 1970년대 초 쯤 지어진 단독 주택에서만 40년 넘게 살고 있다. 집을 크게 고친 적이 없기에 원형 그대로 유지된 낡은 집이다.

다들 아파트가 편하다고 말한다. 따뜻한 물도 잘 나오고, 옷을 벗고 샤워를 해도 춥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도 아파트에 살아본 경험이 없어 비교 대상은 아니다. 크게 불편함을 느껴본 적은 없다. 겨울에 집이 너무 추워 집 안에서 이불을 덮고 있거나, 오리털 점퍼를 입고 있어야 추위가 가신다는 점 정도.

전통시장이 동네에 있어 값이 싼 농산물 등을 풍족하게 구입할 수 있다. 심지어 늦은 시간까지 회식을 해도 밤 늦게 까지 집에 오는 버스가 있어 교통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한 달 교통비는 6만~7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요즘은 건너편 아파트 단지 눈길이 간다. 아니 갈 수밖에 없게 됐다. 예전 마을과 지금의 풍경이 너무 달라졌고, 어깨 너머로 보는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는 푸른 숲과 공원으로 둘러 쌓여 너무 세련돼 보이기 때문이다.

저층주거지는 살가운 모습을 잃었다. 예전엔 마을 자체가 하나의 공원이었다. 이웃 집들 마당엔 갖가지 꽃나무가 심어져 있어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장미, 매화, 모란, 벚꽃 등 다양한 꽃들을 볼 수 있었다. 마을의 푸른 나무들은 마음의 위안이었다.

하지만 예쁜 단독주택들이 사라지고, 빌라와 같은 다가구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풍경은 삭막해지기 시작했다. ‘나무가 있는 집’들은 사라진지 오래다. 살가운 이웃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나 더 이상 이웃들과 교류하지 않는다.

나무가 없는 회색빛으로 변한 마을이다 보니 요즘엔 차나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 등과 같은 공원이 있는 지역에 가야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인프라 마저 낡아버린 저층주거지에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따뜻한 이웃들과 오손도손 살던 예쁜 마을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신화가 돼버렸다.

청와대, 국토교통부, 광역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이 생각하는 잘못된 ‘신화’가 ‘도시재생’이다. 마치 도시재생 정책만 펼치면 저층주거지가 매력적인 주거지로 탈바꿈할 것이란 착각이다. 넓디넓은 한 마을에 고작 100억~200억원 남짓 지원해주고는 ‘도시재생’으로 마을이 좋아질 것이라며 온갖 생색은 다 낸다.

그러나 이러한 ‘쥐꼬리 예산’으론 마을의 그 어떤 모습도 바꿀 수 없다. 부지를 매입해 제대로 된 공원을 만들 수도, 주민들이 즐길 작은 도서관을 만들 수도, 마을 풍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없다. 수 조원 대 천문학적 예산을 퍼부어도 개별 마을엔 100억원 남짓 돌아가는 게 ‘도시재생’의 현실이다.

물론 주민들의 재투자가 일어나면서 역동적인 도시재생이 이뤄지는 곳도 있다. 젊은 층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을지로, 익선동, 연남동, 성수동 등과 같은 특수한 지역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수익이 전혀 나지 않을 대부분 일반 저층 주거지에선 이러한 도시재생은 기대하기 어렵다. 도시재생은 ‘앵커시설’을 지어 마을의 변화 가능성을 심어주면서, 동시에 거주민들의 자발적인 재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미 낡을대로 낡아버린 일반 저층주거지는 아무리 앵커시설이 들어서도 재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 도시재생이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다.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주민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생활권’을 중심으로 실질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사람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공원을 만들고, 그림 같은 아름다운 도서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도시재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아파트에 살 필요는 없다’는 새로운 신화를 써야만 가능하다.

예산이 문제라 안된다면? 차라리 ‘대세’가 돼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아파트(공공임대주택 포함)를 대규모로 더 짓는 게 낫다. 도시는 다루기 쉽지 않은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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