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난 줄 몰랐다" 가버린 덤프트럭, 결과는?

/사진=뉴스1

뺑소니 혐의로 기소된 덤프트럭 운전자가 "사고가 난 줄 몰랐다"며 도망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은 운전자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뺑소니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그래도 일단 멈춰 초지를 했어야 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덤프트럭 운전자 황모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황씨는 2018년 5월 강원 삼척시 인근 한 오르막 도로 1차로를 달리다 2차로에서 앞서 가던 백모씨의 그랜저 승용차 뒤쪽 측면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백씨는 갓길에 차를 세웠지만 황씨는 그대로 덤프트럭을 몰아 현장을 떠났다.

검찰은 황씨를 도로교통법상 뺑소니와 특가법 상 도주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황씨는 당시 덤프트럭 차체가 한 쪽으로 쏠려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려다 사고가 난 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또 트럭에 실린 화물이 부딪히는 소리 때문에 사고 충격음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뺑소니가 맞다며 황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큰 충격음과 함께 그랜저 차량이 심하게 흔들렸기 때문에 황씨가 사고를 몰랐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차량 쏠림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는 황씨 주장도 믿기 어렵다고 봤다.

2심은 뺑소니가 아니라는 황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해야 할일들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대한 해석이 변수였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기존 대법원은 이 조항을 다른 차량들이 안전히 사고지점을 통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2심은 이 해석에 사고 직후 교통 흐름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더해, 황씨에게 사고 후 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었으므로 뺑소니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다.

2심은 △사고 충격이 작지 않았지만 백씨 그랜저가 크게 파손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사고 직후 그랜저가 갓길로 빠졌던 점 △도로에 사고 파편이 남지 않았던 점 등을 교통 흐름에 문제가 없었다는 전제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뺑소니까지 유죄로 봐야 하므로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고 충격의 정도와 피해 차량이 정차된 위치 등을 종합해보면 사고로 인한 교통 위험과 장해가 발생했다고 보인다"며 "황씨는 그러한 위험과 장해를 방지, 제거해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