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어촌, 세상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명용 한국어촌어항공단 이사장 /사진제공=한국어촌어항공단

요새 들어 '삼시세끼'나 '도시어부' 같이 어촌과 어민의 삶을 조명하고,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지역 고유 수산물로 만든 요리를 보여주는 식도락 위주의 여행프로그램도 다수 제작되면서 어촌은 여러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어촌을 찾는 관광객들과 낚시꾼이 부쩍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어촌은 이제 국민의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주말에 바다낚시를 즐기러 배를 타거나, 가족 단위로 가까운 섬이나 어촌에 놀러가는 것도 낯선 광경은 아니다. 어촌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단절된 공간에서 어느새 우리 삶에 깊숙이 연관된, 익숙하고도 친밀한 공간이 된 것이다.


어촌은 원래 고기잡이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바닷가 마을을 일컫는 말이다. 법적으로는 하천, 호수 또는 바다에 인접해 있거나 어항 배후에 있는 지역 중 수산업 위주로 생활하는 곳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어촌이 해안선을 따라 2000여개 이상 존재한다.

어촌은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선 국민에게 품질좋은 수산물을 공급하는 생산기지이자 휴식을 제공하는 친수·여가공간이다. 어촌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켜온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도 있다.

어촌이 중요하고 다원적인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음에도 그동안 지리적 여건상 도시와 농촌에 비해 관심과 투자가 저조하고 발전 속도가 더뎌 접근성 및 정주여건이 열악한 것도 사실이다.


낙후된 어촌 현실은 어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와 직결, 어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뒷받침할만한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했다. 경국 자립 발전의 기회를 놓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

다행히 이번 정부들어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사업으로 '어촌뉴딜300'을 시작했다. 그동안 소외됐던 소규모 어촌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어촌뉴딜300은 가기 쉽고, 찾고 싶고, 활력 넘치는 '혁신 어촌' 구현이라는 비전 아래 선착장과 대합실 등 어촌 필수기반 시설을 현대화하고 지역 특화개발을 추진하는 지역밀착형 생활 SOC 사업이다. 2019년 70개소를 시작으로 지난해 120개소를 추가 선정했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어촌뉴딜300사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특징은 어촌 공간에 대한 재해석과 새로운 사업관리 방식이다.

어항은 어촌의 중요한 기반시설이자 어민의 소득창출 및 경제활동의 공간이다. 이 유기적 연관성 때문에 주민 중심의 통합적인 공간계획 속에서 개발을 추진해야 함에도 그동안 어항과 어촌을 분리한 시설위주 사업이 주를 이뤘다.

어촌뉴딜300사업은 어항과 그 배후어촌을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통합 개발을 추진하는 점에서 어촌 개발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 어촌 내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특화산업도 수산업에서 벗어나 어촌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 지속가능한 발전기반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또 지역주민 중심의 사업 추진방식을 도입해 사업마다 지역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고 혹시 부족할 수 있는 전문성에 대해서는 전문가 조언과 자문을 통하여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경남 남해군 설리항 마을 주민은 '마을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지방자치단체, 전문가와 함께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고민했다. 그 결과 '마을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고령화 대책, 청장년층 일자리 창출 및 주거환경 개선 등 내용으로 사업계획을 만들어 냈다. 주민들이 함께 땀흘리며 만들어 나가는 설리마을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