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코로나 격리 중인데 기일변경 해 주세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아 입국심사대를 점검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2020.2.19/뉴스1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법조계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환자가 급증한 대구 지역에선 검찰이 피의자 소환조사 등을 미루고 법원은 2주간 휴정기를 갖는 등 사실상 사법시스템이 멈춘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에 추미애發 '수사-기소 분리'논의도 연기돼
앞서 지난 19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주재하기로 했던 전국 검사장회의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대해 장관이 직접 검사장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로 해석돼 관심을 모았지만 코로나 사태 여파를 맞았다. 일선 검사장들이 관할 지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관련 대응에 주력토록 하는 게 먼저라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피조사자 소환 연기 등의 적극적 조치가 즉각 시행되고 ‘코로나 대응팀’이 먼저 구성된 대구 외에도 전국 검찰청에는 이미 관련 지침이 내려갔다. 체포구속, 형집행 등 각 단계마다 대상자의 감염여부를 확인하고 감염자로 확인된 경우는 구속이나 형집행도 정지하거나 연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피의자 등이 소환에 불응하는 방법으로 '자가 격리'나 '감염자 접촉' 등을 주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마스크 벗어라"던 법정…"마스크 써도 돼"로 바뀌어
코로나 유행 초기 법정 내 마스크 착용도 제한할 정도로 보수적으로 대응했던 법원도 환자가 증가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판을 시작하면서 판사가 “마스크를 써도 된다”고 구두로 공지하는 법정이 늘고 있다. 이전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방청객에게 법정 경위나 방호원이 마스크를 벗도록 지시하곤 했다.


지난 22일 전국에서 열린 법원 9급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 시험 응시율도 지난해 70.4%에서 65%로 5.4%p 소폭 하락했고, 특히 대구 지역은 51%를 기록해 절반의 수험생이 시험장에 나오지 않았다.


"판사님, 격리 중이라 법정 못 나갑니다"

일부 변호사들은 재판부가 서류 등으로 확인할 수 없는 ‘자가 격리’를 이유로 기일 변경을 요청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2월 들어 기일 변경을 요청하면서 변호사들이 ‘자가 격리’ 중임을 사유로 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재판 당사자나 변호사가 코로나 환자를 접촉했다거나 방문한 곳을 지나쳤다는 등의 사유를 대거나 대구지역 행사에 다녀왔다는 이유를 대며 법정에 출석하기 어렵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자가 격리의 경우엔 처방전이나 진료기록처럼 서류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재판부가 임의판단으로 기일을 연기해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에서 개업중인 한 변호사는 “일부 변호사가 코로나를 핑계로 기일을 뒤로 미뤄 놓는 경우가 있다고 전해 들었다”며 “서면 준비가 덜 됐거나 재판을 연기하는 게 유리한 경우에 코로나 자가 격리를 들먹이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도 24일로 예정됐던 정기총회를 코로나로 인해 잠정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