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피해자가 추격 안 해 가해자 무죄?… 대법 "다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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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피해차량 운전자가 교통사고 발생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도주하는 가해차량을 추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차량 운전자의 사고후 미조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황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덤프트럭 운전사인 황씨는 2018년 5월13일 오전 9시40분쯤 삼척시의 한 편도3차로 도로를 지나가던 중 1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다 2차로 주행중이던 그랜저 승용차 왼쪽 뒤 펜더 부분을 트럭 우측 앞바퀴로 쳤다.

충격으로 밀려난 그랜저 차량은 3차로와 갓길 사이에 정차했지만, 황씨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운전해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황씨는 재판과정에서 "사고가 난 줄도 몰랐고, 그랜저 차량에 흠집이 생긴 정도이므로 별다른 조치가 필요한 정도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사고 당시 큰 충격음이 발생했고 피해차량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3차로와 갓길사이에 정차한 점 등에 비춰보면 황씨가 사고 발생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황씨는 교통상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정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도주치상과 사고후 미조치 혐의를 모두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황씨가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았을것이라고 판단해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피해차량은 긁힌 정도의 흔적이 있을뿐 다른 파손이 없고, 도로에 비산물이 떨어지지도 않았다"며 "피해자들이 사고 직후에는 타이어 펑크를 의심하며 사고 발생사실을 일지 못해 황씨의 차량을 추격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황씨에게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사고후 미조치 부분을 무죄로 봐 벌금 300만원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고로 피해차량 운전자와 동승자가 상해를 입었고 승용차가 밀려나 차로와 갓길사이에 정차한 사정 등을 살펴 보면 피해차가 황씨의 차량을 추격하지 않았다거나 추격 과정에서 교통상의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가 발생했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어 "황씨는 이러한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해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황씨에게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할 의무가 없었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도로교통법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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