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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200만원 '여사님'과 나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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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정렬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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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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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렬의 Echo]

대형마트엔 두 종류의 ‘여사님’이 계신다. 장을 보시는 여사님과 근무를 하시는 여사님이다. 마트 내부에선 여성계산원을 여사님이라 부른다. 이들의 월급은 수당을 포함해 2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회사나 연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81만원을 살짝 웃돈다. 하지만 이 넉넉지 않은 돈이 어느 가족에겐 삶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생명줄이다.

한 점포당 30명가량의 여사님들이 근무한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장수를 기준으로 어림잡아 1만3000명에 달하는 인원수다. 여사님들은 정규직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영화 ‘카트’에서 그렸던 눈물겨운 투쟁 역사가 존재한다. 사실 대형마트엔 이런 여사님들마저 부러워하는 이들도 많다.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더 열악한 형편의 취약계층 근로자들이다. 당장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사님들을 비롯한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고 생존위기에 내몰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재계 5위이자 굴지의 유통대기업 롯데그룹의 간판 롯데쇼핑이 지난 13일 폭탄선언을 했다. 백화점, 마트, 슈퍼 등 700여개 점포 중 30%인 200개를 3~5년 내에 폐점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보통 기업들은 이런 경우 최대한 소리 소문 없이 비효율 점포들을 하나둘씩 정리하며 시간벌기에 나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롯데는 메가톤급 구조조정 계획을 있는 그대로 발표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만큼 고강도 구조조정 없이는 생존을 기약할 수 없다는 롯데의 강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하필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꽁꽁 얼어붙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6대 그룹총수와 경제단체장들을 만난 날이기도 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에만 무려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사실 코로나19라는 최근 악재는 차치하더라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롯데에 직격탄이 됐다. 그 깊은 내상을 입고도 지금까지 버틴 것이 용할 정도다.

신세계 등 다른 유통 대기업들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비자들이 갈수록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아서다. 심지어 대형마트 직원들조차 “(쿠팡의 매출이 늘수록 적자폭이 커지기 때문에) 경쟁사의 적자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e커머스를 이용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34조5830억원으로 전년대비 18.3% 증가했다. 또 주요 유통업체 업태별 매출에서 차지하는 온라인 판매의 비중도 지난해 41.2%에 달했다. 모든 소비는 온라인으로 통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다. 현실에 안주하며 온라인 중심의 시장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규제의 사슬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손발을 꽁꽁 묶어 경쟁력을 급속히 떨어뜨리고 몰락을 가속화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그 규제의 중심에 ‘유통산업발전법’이 있다. 자고 일어나면 대형마트가 하나씩 생기던 시절. 대기업의 독과점을 막고 전통시장과 중소유통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했다. 적어도 그때는 맞았다.

하지만 지금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존재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대형마트가 아니라 온라인쇼핑이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들은 동네 시장이나 가게에 가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쇼핑을 한다. 따라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휴업일 지정은 이미 그 목적을 상실한지 오래다. 그래서 지금은 틀리다.

월급 200만원 '여사님'과 나쁜 법
하지만 이 독소조항들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그 뿌리를 넓혀왔다. 그 생명 연장의 비결은 포퓰리즘이다. 19대 국회에서 65건, 20대에서 42건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간혹 의무휴업일에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까지 제한하는 불공정한 규제를 개선하자는 개정안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변화된 시장이나 산업현실을 외면하고 ‘닥치고’ 규제강화를 주장하는 내용들이었다.

예고된 실업의 쓰나미, 그 앞에선 대형마트 여사님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명제는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산다. 필자도 "그래서 제안한다." 우선 총선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시장변화도 무시하고, 포퓰리즘에 빠져 낡은 규제를 나 몰라라 할 것 같은 무능한 후보는’ 빼고 투표하시라. 또 기회가 날 때마다 여의도로 달려가 유통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악법 철폐’를 외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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