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신도 명단 압수수색 가능할까?…핵심은 이만희의 입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CBS 허위·왜곡 보도 관련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한편 CBS는 지난달 16일부터 총 8회에 걸쳐 '관찰보고서-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을 기획해 방영했으며, 이에 신천지 관계자는 "CBS가 방영한 신천지 관련 내용은 모두 허위·왜곡보도”라며 "CBS가 강제개종 목사들이 저지른 짓을 신천지에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규탄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신천지 대구교회(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다대오지파대구교회)에서 시작된 대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지역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신천지 교인 명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과 수사당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천지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선 안된다"는 이례적 주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인 명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동적인 대처로 지역감염을 막지 못한 정부가 또다시 늑장대응으로 화를 키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확진 환자의 절반 이상이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체 확진 환자 763명 중 신천지 관련 환자가 458명으로 60%를 차지했다. 오후 4시 기준 확진 환자가 70명 늘어 833명으로 증가했지만 신천지 연관성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신천지는 전국 12개 지파를 포함해 세계에서 모두 24만명에 이르는 신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역당국이 파악한 대구교회 소속 교인은 1만명 수준이다.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연락이 두절된 교인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 618명을 투입해 신천지 교인 242명의 소재를 파악했고, 오전 9시 기준 221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24일 오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데 대해 대구지방청과 경북지방청에 경찰비상업무규칙에 따라 '을호' 비상을, 그외 지역에는 '경계강화'를 발령하면서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있다. (경찰청 제공) 2019.2.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교단 특성상 비밀 포교를 하고 있어 신천지가 제공한 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신천지를 잘 아는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때문에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신도 명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신천지교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한시 빨리 전수조사를 위한 신도명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내부에선 현실적으로 신천지 신도명단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거짓된 자료를 제출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감염병 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18조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장이나 지자체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에 대해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방해·회피하거나 거짓 진술·자료 제출 행위,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런 범죄행위가 소명돼야만 압수수색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천지를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는 진단검사를 회피하는 신도를 찾기보다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을 비롯한 지도부를 설득 내지는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만희 총회장의 선언적 발언이 신도들의 솔직한 진술을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윤재덕 종말론사무소장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교인들은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신천지 교인이기 때문에 겪는 외부 압박에 익숙하다, 이런 압박에 흔들리지 않는다"며 "이들의 마음의 전향이 필요하다면 신천지 지도부의 결정이 대단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신천지 측은 방역당국과 지자체의 코로나19 역학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천지 측은 이날 홈페이지에 '가짜뉴스 Q&A'를 게시하고 "보건당국에게 대구교회 전성도 명단을 전달했고 대구교회 방문 성도 명단도 각 지역 보건소에 제공하고 있다"며 "성도들에게 보건당국과 보건소의 안내를 잘 따라 줄 것을 거듭 당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