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벌떼 입찰’ 막힌다…추첨제 낙찰 전매금지

위례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 전경. /사진=머니투데이DB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첨제로 공급하는 공공택지에 다수의 위장 계열사를 동원해서 ‘벌떼 입찰’하는 방식으로 사업권을 따내는 일부 건설사들의 꼼수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추첨 방식으로 공급한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용지는 계약 후 2년이 지나도 전매를 금지하고, 토지 낙찰자가 주택사업을 위한 프로젝트금융투자(PFV)에 땅을 다시 팔 때도 PFV의 과반 지분을 확보토록 관련 제도를 손질한다.
낙찰자 2년 이후에도 전매 금지국토교통부는 계열사를 동원한 공공택지 공급질서 교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으로 ‘택지개발촉진법’ 및 ‘공공주택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 오는 4월 8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정부는 공공택지에 실제로 아파트 건립을 진행하려는 업체에 공평하게 기회를 주기 위해 공공택지 공동주택용지 추첨 공급 시 응찰자 순위를 부여하고, 계약 후 2년간 전매를 제한하는 방식을 운영했다.

하지만 추첨제 허점을 악용한 편법 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수십여 개 유령 계열사를 입찰에 동원해서 토지를 선점한 뒤, 전매가 가능한 2년 뒤 모회사와 관련 계열사에 전매하는 방식으로 사업권을 따내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전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흥건설, 호반건설, 우미건설, 반도건설, 제일풍경채 등 5개 중견 건설사는 LH가 2008~2018년 공급한 아파트 용지 473개 필지 중 약 30%인 142개 필지를 확보했다.

일부 회사는 사업성이 높은 토지는 하나의 필지에 30개가 넘는 위장 계열사를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토지 공급계약 2년 이후에도 공급가격 이하로 전매행위를 금지하고, 부도 등 합리적 사유를 제외하고 소유권 이전등기 이전까지는 전매할 수 없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다만 사업자가 경영 악화로 택지를 불가피하게 처분하는 경우, 계약 이후 매매대금(중도금, 잔금 등)을 2년 이상 내지 못하면 LH에 계약 해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br>

PFV 전매시 지분 50% 이상 확보해야…불법행위 지속되면 전매 특례 폐지 검토
사업 도중 PFV에 땅을 전매하는 요건도 한층 깐깐해진다. 그동안 공공주택용지 낙찰자가 PFV 최대 주주면 PFV에 대한 전매를 허용했으나, 다른 기업집단의 계열사들이 최대 주주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서 사실상 PFV를 지배해서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관행이 지속됐다.

이에 정부는 택지 수분양자가 PFV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한 경우에만 해당 PFV로의 전매를 허용토록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특히 바뀐 제도를 1년간 모니터링해서 편법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PFV 전매 특례제도를 폐지 등 추가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시공능력순위 높아도 행정제재 전력 있으면 공급 제한 이와 함께 LH 공동주택용지 공급 시 사업자의 주택건설실적, 시공능력 등 사업추진능력이 검증됐더라도 주택법 등 법령 위반으로 공급공고일 3년 이내 영업정지나 과태료 등 행정제재를 받은 업체는 우선순위 공급을 제한키로 했다.

또 2기 신도시 등 특화발전이 요구되는 지역에선 추첨제가 아닌 특별설계 공모를 통한 공공택지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 체육, 편의시설 확보 등 사회적 기여를 평가 기준에 포함할 계획이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제도개선으로 일부 건설사의 공공택지 공급질서 교란 행위가 차단되고 실수요자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책 효과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투기우려지역 공동주택용지 응찰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