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회사 연락이 안돼…" 기업·회계법인 '초긴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23일 서울 도심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탓에 기업들의 회계감사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기업과 거래를 하거나 현지에서 법인을 운영하는 12월 결산법인들에 대한 감사 일정에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25일 "중국 쪽 클라이언트들이 2주째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재 중국 법인 쪽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의 경우에는 감사를 일단 보류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최악의 경우에는 한정 의견을 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감사인은 주주총회 1주 전까지 감사 의견을 내야 한다.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지금 회계감사를 하고 있는 기업과 관련해 고민이 큰데 마땅한 답이 없어 기업도 난감해 하고 있다"며 "중국정부가 해당 지역 내 인력이동을 금지한 탓에 피감기업 현지 직원들이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2.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뿐 아니다. 한국 회계법인의 의뢰를 받아 현지기업을 실사하고 회계감사 보고서를 보내줘야 하는 중국 회계사들도 제대로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 코스닥 업체 관계자는 "중국 내 회계사들이 이동이 금지된 상황이라 회계감사 보고서 작성도 시작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한국에서는 1주일 전까지 보고서를 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가운데 중국 자회사와 관련한 감사를 받아야 하는 주요 기업들은 70여 개로 집계됐으나, 자회사 외에도 다양한 사업이 중국과 연관돼 있는 곳들이 많아 전체 숫자는 이보다 더 많다는 지적이다.

회계법인들은 "코로나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회계감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경우는 '한정(의견제한)'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체적으로는 회계에 문제가 없으나 일부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감사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한정의견'인데, 비상장 기업은 큰 문제가 없으나 상장기업들은 '적정'을 받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정부 차원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공회는 오는 28일까지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감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회계법인들의 현황을 파악해 금융당국에 전달할 계획이다.

실제 금융당국도 중국에 주요 자회사를 둔 기업들의 경우 사업보고서 제출 시한을 1∼2개월 넘기더라도 시장조치나 행정조치를 하지 않도록 일정 기간 유예하는 '노 액션 레터'(No-action letter·비 규제조치 의견서) 등에 대한 내용을 이르면 26일 증권선물위원회에 보고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