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스크 수매' 일방통보에…"기존 계약 다 취소하란 거냐"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25일 한 시민이 서울 한 대형마트의 마스크 매대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부가 내일부터 마스크 수출을 금지하고, 생산량의 절반을 공적판매처로 출하하도록 하는 사실상의 수매 조치를 시행하기로 하자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2~3개월씩 생산계획을 세우고, 판매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모든 계약을 취소하게 돼서다.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은 수긍하면서도 업무 혼선을 줄일 수 있게 정부가 사전에 최소한의 협조 안내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내일부터 마스크 수출금지·생산량 50%는 농협·하나로마트 공급식품의약품안전처는 25일 보건·수술용 마스크의 수출을 금지하고,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로 출고하는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이달 26일 0시부터 생산되는 모든 물량에 적용된다. 마스크 판매업자의 수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생산업자는 당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공적 판매처로 반드시 출고해야 한다. 공적판매처는 우정사업본부, 농협중앙회 및 하나로마트, 공영홈쇼핑, 중소기업유통센터, 기타 식약처장이 정하는 판매처다.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수급조정 조치에 내심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경기도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한 업체의 생산담당 부장은 "관련 내용을 오늘 오후에 기사를 통해 확인, 내부 긴급회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미 올해 6월까지 수출을 포함한 생산물량 계약이 모두 끝난 상황인데 사업적인 손실이 불가피할 듯하다"고 말했다.
생산업체들 사업차질 불가피…정부, 추후 보상 추진일부 마스크 생산업체는 이번 조치에 협조하는 것과 별개로 정부의 무리한 행정 방식을 지적했다. 하루 16만개를 생산하는 마스크업체 한 관계자는 "사전에 협조를 구하는 전화 한 통, 문자 안내 한 번 받지 못했다"며 "갑자기 내일부터 강제적인 조치를 시행한다는데 업무 혼선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의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하는 일련의 관련 조치들을 보면 여러 시나리오들을 세우거나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고 되는 대로 마구잡이로 추진하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판단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는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안전을 최우선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며 "업체들이 계약 불이행에 따라 입은 손해 부분은 이후 마스크 수급 관계부처 TF 등에서 보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