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갑' 강남 코엑스도 코로나 앞에선 '개점휴업?'

"메르스나 사스 때도 이 정도로 행사를 취소하진 않았는데…"(코엑스 관계자)

국내 전시업계의 '영원한 갑'인 코엑스마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감염증) 여파로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인 대규모 행사가 하나 둘 취소된 데 이어 후속 전시들도 개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평소 같으면 "2년치 전시장 예약이 차 있으니 아쉬운 쪽이 다른 곳을 알아보라"며 콧대가 높았던 코엑스여서 이 위기가 더 눈길을 끈다. 코엑스는 한국무역협회가 최대주주인 전시사업 업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코엑스가 3월 한 달동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엑스의 3월 전시행사 중 아직 취소되지 않은 행사는 5건으로 19일 국제 의료기기 병원설비 전시회 등이 대표적이다.

일산 킨텍스나 부산 벡스코 등 주요 전시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지만 강남 노른자위에 있는 코엑스의 영업 타격이 가장 심각할 전망이다. 코엑스는 전시장을 꾸미는 목공·전기 등 협력업체들이 300여곳에 달한다. 이들 직원만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2차 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


코엑스의 위기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현실화됐다. 코엑스는 다음주 개최 예정이었던 '리빙디자인페어' 행사와 내달 4일부터 열릴 예정인 '스마트공장 자동화산업전'를 공식 취소했다. 이중 자동화산업전 행사는 코엑스 내 모든 전시관을 사용하는 대규모 행사다.

일부에선 이들 행사뿐 아니라 최소 3월 한 달 간 열리는 행사는 개최한다고 해도 관람객이 없어 코엑스가 '개점 휴업' 상태가 될 것이라고 본다. '심각' 단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도 '집단 행사'를 금지하는 정책을 펼 수 있다.

국내 전시업계의 '갑중의 갑'으로 불리는 코엑스는 지금까지 아쉬울 것 없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서울 강남에 위치해 접근성과 편리성이 워낙 좋다보니 뭉칫돈을 싸들고 코엑스를 빌리려는 업체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렇다고 코엑스에서 무조건 행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날씨가 좋은 '전시 성수기'에는 다수의 경쟁자가 행사 계획을 코엑스에 보낸 뒤 코엑스의 최종 낙점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그나마 코엑스 입맛에 맞지 않는 행사는 '행사 거절' 통보를 내리기 일쑤다.

이렇다보니 코엑스 전시사업은 국내 산업 중 유례가 없을 정도로 수직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전시사업 매출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는데 2018년 해당 매출은 493억원으로 전년대비 63% 늘었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엑스의 올해 실적은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잇따라 행사가 취소되며 대관료 수입이 뚝 끊길 수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엑스 전관 임대료는 1일 기준 1억원이 넘는다. 기타 부대시설 이용을 빼더라도 대관료만으로도 한 달간 개점 휴업하면 30억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하지만 코엑스는 느긋한 모습이다. 당장 코로나19의 급한 불만 꺼지면 또다시 코엑스 대관을 원하는 업체들이 줄을 설 것이기 때문이다.

전시업계 한 관계자는 "코엑스는 마이스 시장에서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다"며 "오죽하면 최대주주인 무역협회조차 코엑스 앞에서는 힘이 없다는 말이 나오겠느냐"고 밝혔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려동물 메디컬&헬스케어 전시회(CAMEX)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