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벌떼 입찰' 규제…건설업계 ‘시큰둥’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도 고양시 창릉 신도시 부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국토교통부가 공공택지 공급시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하는 이른바 ‘벌떼 입찰’ 규제 방안을 발표했지만 건설업계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구멍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벌떼입찰이 재현될 가능성이 보이는 곳에는 1순위 입찰 요건 강화 등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첨 방식으로 공급한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아파트)용지의 전매를 금지하고 낙찰자가 주택사업을 위한 프로젝트 금융투자(PFV)에 땅을 다시 팔 때 PFV의 과반 지분을 확보토록 하는 내용의 택지개발촉진법 등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추첨제이다 보니 다수의 위장계열사를 동원해 당첨 기회를 높이는 꼼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


주로 중견건설사들이 이런 방법을 사용해 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미래통합당(전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흥건설, 호반건설, 우미건설, 반도건설, 제일풍경채 등 5개 중견 건설사는 LH가 2008~2018년 공급한 아파트 용지 473개 필지 중 약 30%인 142개 필지를 확보했다.

대형사 “위장 계열사 차단 미흡”, 중견사 “침체기에 산 땅도 많아” 이번 규제로 ‘반사이익’을 기대한 대형건설사들은 다소 실망한 분위기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전매 금지 조건은 여전히 다수 계열사를 둔 중견 건설사들이 회피할 수 있다”며 “토지를 낙찰받은 계열사가 땅을 팔지 않고 내부거래 방식으로 본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면 사실상 지금과 달라지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위장 계열사를 동원한 벌떼 입찰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1개 필지에는 그룹 계열사 2개 이상 참여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가 집중된 중견 건설사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택지 입찰에 여러 계열사가 참여하는 방식은 3~4년 전부터 거의 하지 않고 기존 계열사도 많이 줄이는 추세"라며 “기존에 낙찰받은 일부 공공택지는 과거 부동산 침체기에 아무도 사려는 업체가 없어서 LH와 수의계약으로 취득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낙찰받은 토지에서 사업성이 좋은 부지도 있으나 일부는 손실 우려를 감내하고 매입했다는 얘기다.

2018년 1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국토부 "투기우려지역, 입찰요건 강화 검토"
국토부는 벌떼입찰이 재현될 우려가 있는 곳에는 공공택지 입찰자 1순위 요건에 최근 3년 내 주택건설 실적을 300가구에서 700가구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규제시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중소건설사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향후 투기우려지역에 대해선 공공택지 입찰 요건에 주택건설 실적 700가구 기준을 추가하는 방안을 지속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또 이번 규제가 3기 신도시 공공택지 공급에 미칠 영향에 주목한다. 하남, 과천, 고양 등 사업성이 높은 지역에선 경쟁 심화로 벌떼 입찰 관행이 재현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도 지방 공공택지는 경쟁률이 낮았지만 화성동탄2(182대1) 파주운정(186대1) 등 수도권 지역은 경쟁이 치열했다.


국토부는 이를 고려해 LH가 공급하는 택지 뿐만 아니라 3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는 경기도시공사 등 주요 시행사가 매각하는 부지도 전매 금지, PFV 지분 규제 등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