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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역(逆)의 시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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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27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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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疫·전염병 역)은 역(逆·거스를 역)을 부른다. 역병의 창궐은 흔히 경제의 역성장으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방역(防疫)은 곧 방역(防逆)이다.

역병은 단순히 경제적 위협요인에 그치지 않는다.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한 체제나 국가를 넘어 문명의 발전에 장애가 된다. 위태롭게 하거나 파괴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저서 ‘전염병의 세계사’에서 양쯔강 유역이 황허 유역보다 1000년 늦게 문명이 발달한 이유로 뎅기열, 말라리 등의 전염병을 들었다. 멕시코, 페루 등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과 사회를 무너뜨린 것도 스페인의 군사력이 아니라 천연두라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 국경을 틀어막으며 “국가의 존망이 달린 중대한 정치적 문제”라고 규정한 북한의 조치나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변화보다 훨씬 더 인류에 위험할 수 있다”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발언은 같은 맥락이다. 이는 경제나 정치체제, 국가, 문명 등을 허물어뜨릴 수 있으므로 두려워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코로나19’(COVID-19)가 글로벌 경제의 메이저 플레이어인 중국에 타격을 줘 글로벌 성장률을 갉아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달보다 0.4%포인트 낮은 5.6%로 낮췄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월 3.3%에서 3.2%로 떨궜다.

한국 경제 역시 이런 흐름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2.0%를 간신히 맞춘 한국 경제는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코로라19라는 이름의 역병까지 덮쳤다. 걱정되는 건 역성장이다. JP모간은 한국의 올 1분기 성장률을 -0.3%로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은 가장 나쁠 경우 1분기 성장률이 2.9%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연간으로 1%대 혹은 0%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곳도 있다.

직관적으로 봐도 내수가 좋을 리 없다. 많은 행사가 취소됐다. 사람들은 출장을 가지도, 약속을 잡지도 않는다. 온라인 거래로 이런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1월 수출은 마이너스였다. 2월1~20일 수출이 12.4% 증가했다지만 조업일수가 늘어난 효과일 뿐 일평균 수출은 9.3% 줄었다. 그나마 전염병의 충격이 온전히 지표로 잡히지 않은 수치다.

금융시장은 이미 꺾였다. 2200 중반을 향해 가던 코스피지수는 2100 아래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1210원대에 머물러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연 1.25%)를 밑도는 역전현상도 나타났다. 시장은 금리를 더 낮춰 돈을 풀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역병이 잡히고 긴급한 경제적 처방이 먹히길 소망하지만 역병이 임계치를 넘어가면 실물경기의 추락도, 금융시장의 불안도 막는 데 한계가 올 수 있다. 그때 더이상 돈은 한국에 머물지 않고 역류할 것이다. 언제나 방역(防疫)에 과소대응하기보다 과잉대응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최악을 가정하고 최선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광화문]역(逆)의 시대(2)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역병에 접근한다고 하는 이들이 있지만 불편하더라도 불변의 사실은 돈은 프레임을 좇지 않고 이익을 좇는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 기본이 있듯 전염병이 번질 가능성이 있을 때 예방의학의 기본은 유입원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는데 금융당국의 모니터링과 컨틴전시플랜으로 금융시장의 방역(防疫)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병은 소리 소문 없이 왔지만 돈은 눈에 띄게 나갈 수 있다. 그 역(逆)은 또 다른 역(易·바꿀역)을 부를 것이다. 지지가 환멸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그래서 ‘지속 가능한 권력’을 욕망하는 이들에게 방역(防疫)은 늘 방역(防易)인 것이다.



  •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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